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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백배 즐기기 - 봉국사 외

  • 관리자 | 기사입력 2009/04/23 [18:3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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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을 맞아 가족과 영장산 나들이
천년고찰 봉국사와 망경암, 그리고 예쁜 산책로

4월이면 진달래와 벚꽃으로 산이 온통 분홍으로 물들고, 달콤한 꽃내음을 피우며 우리를 유혹한다. 특히 5월 2일(음력 4월 8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가족의나들이 장소로 천년고찰인 봉국사와 망경암, 그리고 예쁜 산책로가 있는 영장산만한 곳도 없는 것 같다.

봉국사(주지 효림·수정구 태평2동)는 영장산 서남쪽 기슭에 자리한 고찰로서 고려 현종 19년(1028)에 법현선사가 창건한 천년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직할교구인 봉국사는 한국불교의 근대사를 이끌어 온 만해 선사와 춘성 스님의 법맥이 흐르는 성남의 대표적 고찰이다. 비교적 도심에 위치해 있어 주변에 많은 주택과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일주문을 들어서면 문 안에 문이 있어서인지 공기부터 다르다.

봉국사 내에서 대광명전(경기도 유형문화재 101호)과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 1과를 봉안해 놓은 3층 석탑과 석등, 만해(萬海)선사의 법맥을 이어받은 유일한 상좌 춘성(春城) 스님의 탑과 비를 둘러보다 보면, 한국 전통불교의 향기와 함께 내 맘의 들고나는 것도 보게 되지 않을는지. 댓돌 위에 하얀 고무신이 이제나 저제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봉국사를 뒤로 하고, 오르는 길도 내리는 길도 아름다운 산책길을 따라 망경암으로 향했다.

이정표를 따라 10여 분 남짓 오르니 망경암(주지정법·수정구 복정동). 눈 아래 서울이 보이고 아스라이 남산타워도 보인다. 창경궁과 마주하고 있다는망경암은 고려 말·조선 초 역대 임금이 친히 찾아와서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빌었던 전통사찰이다.

자연암 벽면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102호)에 비친 유난히 눈부신 햇살, 고개를 돌려 보니 새로 단장한 대웅전 단청이 마치 아픈 마음에빨간약 발라놓은 것 같이 선명하다. 주지 정법스님은 “번잡하지 않아서 지나다가 절이 좋고 부처님이 좋고산사가 좋아서, 기도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게 들릴 수 있는 기도처”라고 소개한다.

언제고 가슴이 아프거든, 언제고 기쁨을 나눌 일이 있다면, 영장상 기슭에 있는 작고 예쁜 산책길을 따라 걸어보라. 그곳에 가면 문 안에 문이 있고, 길 위에 길이 있지만 제자리 지키고 있을 때 아름다운 것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아프도록 아름답고 여린 새싹, 그윽한 소나무 숲을 지나 모두 제 갈 길로 돌아가는 길, 30여 분만에 도착한 산성역 길. 그 길 끝자락에 꽃다발 같은 노오란 개나리꽃 담이 영장산자락에 두고 온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글·정경숙 기자 chung0901@hanmail.net
사진·최선일 snnews@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