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직업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성남시 전역을 돌아보면 첨단을 달리는 다양한 기업들이 있고 식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있다. 그리고 음식점, 미용실, 스포츠센터, 철물점, 수선집 등 정말 다양하다. 각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인들, 그 중 농업인도 있다. 성남에도 농업기술센터가 있어 농업인을 지원하고 첨단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성남의 농업 중 양봉 농장을 찾아봤다. 수정구 금토동 청계산 근처에 자리 잡은 남한산성벌꿀농장이다.
농장에 들어서니 마당에 널어놓은 노란 알갱이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기자가 보기에는 아주 작은 돌가루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위에 벌 서너 마리가 온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꽃가루를 몸에 바르는 벌은 많이 봤지만 돌 위에서 뒹구는 벌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작은 알갱이들은 바로 벌들이 꽃마다 돌아다니며 모은 ‘화분’이었다. 몇 마리의 꿀벌들이 꽃까지 날아가지 않고 화분이 가득한 곳에서 집에 가져 갈 꽃가루를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5월, 지금은 아까시 꽃이 한창이다. 산과 들에 향기가 가득한 때다.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것은 열매를 맺고 종자를 번식시키기 위해서다. 식물들은 바람에 의해, 새의 도움을 받아서, 물을 타고 이동해 수정한다. 이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꿀벌이다.
꽃이 피면 꿀벌은 굉장히 바빠진다. 꿀벌들은 꽃에 있는 꿀을 먹고 대신 꽃가루를 옮겨 꽃의 수정을 돕는다. 이른 봄, 잘 보이지도 않고 잎 색깔과 비슷한 작은 꽃을 피우는 회양목의 꽃까지 살뜰하게 챙겨 수정시킨다. 사실 회양목 꽃이 필 무렵은 꽃이 흔하지 않은 때라 꿀벌에게도 귀한 먹이이긴 하다. 봄에 날아다니는 벌은 많은 일을 하느라 겨울을 나는 벌보다 수명이 매우 짧다. 50~60일 정도 살다가 죽는다. 아까시 꽃이 한창인 지금, 꿀벌들은 아까시 꿀을 따느라 고단하겠다. 아까시가 지고 나면 밤꽃이 피어 꿀벌들은 또 꿀을 모으러 날아간다. 그 덕에 꽃은 수정을 하고 우리는 밤을 얻게 된다.
남한산성벌꿀농장 윤문 대표는 “밤꿀은 색이 진할수록 좋다”고 꿀을 고르는 법을 알려 줬다. 또 “꿀의 수분함량이 20%를 넘으면 상한다. 숙성꿀은 수분이 17% 정도다”라고 했다.
농장의 600군 벌통에는 봉판 틈틈이 많은 벌들이 들어있었다. 벌통 위에는 많은 벌들이 “웅웅”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날고 있었다. 얼굴에 망사를 쓰고 벌통 숲으로 들어갔다. 봉판 하나하나에 가득한 일벌들이 각각의 육각형의 방을 청소하고 알을 돌보고 있었다. 일벌은 여왕벌이 될 애벌레에게만 로열젤리를 먹인다. 일벌이 사용하는 청소용품은 프로폴리스다. 프로폴리스를 청소용으로 사용하다니!
벌통 아래 노란 알갱이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농장 마당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꿀벌들이 싣고 온 꽃가루다. 꽃가루를 묻혀 온 꿀벌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작은 구멍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때 몸에 붙어 있던 꽃가루가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모인 꽃가루는 말려서 상품으로 판매한다. 이 밖에도 양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벌꿀, 밀랍 등이 있다. 성남에는 40여 양봉 농가가 있다.
남한산성벌꿀농장 체험장 031-708-9431, www.beebeefarm.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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