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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이색동호회 R.P.M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5/11 [10:0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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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M 은 RC hobby with Pangyo Members의 약자다. RC(Radio Control)는 무선으로 조종하는 모형, 혹은 무선 모형을 조종하는 취미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성남 RC카 네이버 밴드 동호회는 8개월 전에 창설됐고 회원은 50여 명이다. 주로 성남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많지만 용인, 안양, 서울에서 오는 회원들도 있다.
 
▲ R.P.M 밴드장 고태호 씨(왼쪽 아래 첫번째)와  R.P.M 동호회 회원들   ©비전성남

    

동호회 멤버들은 연령대도 다양하다. 11세 초등학생부터 20·30·40대까지 나이의 장벽이 없다. 직업도 다양하다. 구두수선전문업, 직업군인, 3D프린터 회사원, 보일러공, 대기환경설비업체 직원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RC카 하나로 모였다.

    
▲ RC카의 매력에 빠진 박수혁, 박준혁 형제     © 비전성남

   

박수혁(화랑초 6학년), 박준혁(화랑초 4학년) 형제는 우연히 화랑공원에 놀러 나갔다가 RC카 동호회 형들을 만나고는 수요일 저녁마다 같이 활동하러 나온다.

    
▲  3대의 RC카를 몰고 나온 임병익 회원    © 비전성남

    

타미야 트레일러(1:14), 로씨 아우디 R8(1:6), 트랙사스 XMAX(1:5) 3대의 RC카를 몰고 나온 임병익(36) 씨는 “1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는데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이곳에 오면 다 날릴 수 있다”며 취미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는 대학생 김연규 씨    © 비전성남

 

카스카디아 트레일러(1:14)를 몰고 나온 대학생 김연규 씨는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갖고 싶은 RC카를 구입했다”며 “스트레스 해소와 대인관계 면에서 RC카 동호회가 최고”임을 자랑했다. “동호회 형들이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 주고 이곳에 오면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아름드리(정자1동, 34) 씨는 “30대가 되면 술자리가 많은데 술, 담배 안 하는 이런 건전한 동호회가 별로 없다. 주말이면 산으로 RC카를 몰고 올라가고 운전을 해야 하니 모두 술을 안 마셔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했다.

    

산책을 멈추고 차들을 오래도록 유심히 살펴보던 오명석(수내동.63) 씨는 “22년째 성남에 살고 있는데 간혹 드론도 보고 이런 다양한 차들도 본다.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성남이 너무 좋다”며 성남의 또 다른 매력을 들려줬다.

    
▲ 루비콘이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RC카 주인 원광식 회원     © 비전성남

    

고태호(36) 밴드장에게는 동호회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4년 전 있었던 성남의 RC카 동호회는 100여 명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호회였다. 주말 낮,  태평동 탄천 쪽에서 RC카를 굴리며 취미활동을 하던 중 환경훼손이라는 민원이 발생해 할 수 없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다시 사송교 밑에서 활동을 하던 동호회는 재차 민원이 발생해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고 밴드장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취미에 대해서는 그리 관대하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그렇게 주저앉아만 있을 수 없어 다시 멤버들을 규합해 8개월 전 새로운 동호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평일 저녁에 백궁교 근처와 판교 화랑공원 스탠드 광장에서 모인다. 수요일 오후 9시부터 누구든지 RC카에 관심 있는 사람은 참여 가능하다.

 

고 밴드장은 언제 또 민원이 들어와서 장소를 옮겨야 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성남의 아주 작은 변두리 땅이라도 좋으니 동호회 회원들이 마음껏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에서 배려를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 "누구든지 환영해요" RC카 동호회 회원들    ©비전성남

  

나이와 하는 일은 다르지만 ‘RC카’ 라는 취미 하나로 모여 회원 모두가 마치 어릴 적 친구처럼 활동하는 R.P.M.

    

밤하늘의 별들도 내려 앉아 작은 끈으로 연결된 마법 같은 R.P.M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RC카의 묘미에 빠진 듯했다.

    

취재 구현주 기자 sunlin12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