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만 같은 이 화창한 날씨에 강원도 원주에서 파주로 이어진 성남문화원의 제2차 향토유적지 순례를 따라가 봤다.
아침 일찍 문화원 앞을 출발한 버스 안에서 김대진 문화원장은 성남의 오랜 역사, 탄천의 유래, 성남의 인물 등 내 고장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650년 전 지명에서부터 성남의 역사가 시작됐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어 이번 유적지순례의 해설을 맡은 성남학연구소 윤종준 상임위원이 곧 방문할 파주 지역에 대해 설명해줬다. 귀 기울여 듣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파주시로 접어든다.
첫 발길이 향한 곳은 화악산, 운악산 등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 중의 하나인 감악산. 바위 사이로 검은 빛과 푸른 빛이 동시에 나왔다 해서 이름 붙여진 감악산 길을 따라 올라간다.
어디선가 범종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음 사이로 시원한 운계폭포가 모습을 드러내고, 곧 이어 150미터 길이의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아찔한 이 현수교를 지나면 옛 운계사터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범륜사가 있다. 불경 외우는 소리가 낮게 퍼지는 사찰에서, 한때 성남 단대동에 사셨다는 주지스님의 말씀이 참 반갑다.
두루뫼 박물관은 설립자 강위수, 김애영 선생 부부가 40여 년간 모아온 민속생활용품들을 전시한 곳으로 모두 6천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무덤에서 발굴된 토기, 농사지을 때 쓰던 각종 농기구와 같은 손때 묻은 생활유물들이 전시돼 있는데, 그 중 6.25 당시 북한군 병사의 전투화가 특히 눈길을 끈다.
박물관 한쪽에는 예전 사용하던 물건들을 체험해 보는 곳이 있다. 신흥동에서 온 김동심 씨가 “나 이거 옛날에 진짜 많이 했는데!” 하며 다듬이 방망이를 잡자 함께 온 조성순 씨도 얼른 같이 앉아 다듬이질을 시작한다. 답사 참가자들이 박수를 쳐주자 “오랜만에 했는데도 박자가 제법 맞네”라며 환하게 웃는다. “내가 밭 갈던 호미가 여기 있었네!” 누군가 외치자, 또 한 번 왁자한 웃음보가 터진다.
점심을 먹은 후 사적 제323호로 지정된 윤관 장군의 묘에 오른다. 왕릉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웅장한 묘역의 푸른 잔디와 탁 트인 시야가 저절로 셔터를 누르게 한다.
여진 토벌의 주역이었던 고려 중기 때 명장 윤관 장군의 묘는 그 소재를 모르다가, 조선 영조 때에 이르러서야 비석 파편이 발견되면서 장군의 묘로 공인됐다.
윤관 장군이 여진과의 싸움에서 패하고 후퇴할 때 강가에 잉어 떼가 나타나 길을 내줘, 파평(파주의 옛 지명) 윤씨는 잉어를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나 장군이 타고 다니던 말과 교자의 무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마지막 코스인 마장호수 출렁다리에 도착하자 답사 참가자들이 버스에서 얼른 내린다. 계곡사이에 놓이는 일반적 현수교와 달리, 220m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긴 출렁다리가 호수 위에 근사하게 드리워져 있다. 수면 바로 위를 걸을 수 있다는 점이 마장호수 출렁다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큰 호수를 산책할 수 있는 3.3km의 둘레길도 빼놓을 수 없다.
2차 향토유적지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 오늘 하루 돌아본 파주의 멋진 모습에 이야기꽃이 한 가득 피어났다. 성남문화원의 향토유적지 순례는 아직 세 차례 더 남아있다. 짧지만 행복한 하루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은 시민이라면 오는 6월, 9월, 10월로 예정된 순례일정을 챙겨봄직하다. 성남문화원 : 031-756-1082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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