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 없는 산속에 스티로폼이 왜 있는 거지? 도대체 이런 숲 속에 비닐이 왜 있는 거냐고.” 길도 없이 가파른 비탈에서 발견되는 많은 양의 쓰레기를 이해하기 어려운 듯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지난 5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남한산성환경봉사단 조갑식 회장은 태원고 1학년 학생 14명과 함께 남한산성 환경정화 활동에 나섰다. 이번 정화 활동은 금광2동에 위치한 망덕공원에서 남한산성으로 이어지는 검단산 가파른 산비탈에서 이뤄졌다. 비교적 깨끗한 등산로를 벗어나 숲 속으로 접어들자마자 ‘아, 이럴 수가’, 어이없는 한숨 섞인 탄성이 흘러나온다. 군부대에서 방공호 설치로 사용했던 폐타이어에서부터 불법 농작물 경작지에서 사용했던 폐비닐, 움막용 스티로폼, 유리조각, 각종 플라스틱용품 등 쓰레기의 양과 내용물이 상상외로 많고 다양했다. 남한산성 환경지킴이로 통하는 조갑식 회장이 봉사대를 이끌고 산성 내 환경봉사를 무려 30년 동안이나 해 왔다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다시 한 번 한숨이 흘러나온다.
학생들이 숲 이곳저곳에서 나뒹구는 스티로폼을 하나씩 나르는 사이, 장갑도 끼지 않은 조 회장의 맨손에 의해 땅속에 숨겨져 있던 각종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낙엽을 걷어내자 폐비닐 더미가 나타난다. 쓰레기 무덤이다. 조 회장은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낙엽 위에 쓰레기, 낙엽 밑에 쓰레기, 땅속에 쌓이고 쌓여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 한다.
쓰레기 자루를 끌고 내려오던 양민재 학생은 “제발 쓰레기 좀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는 박진영 학생은 “힘들긴 하지만 휴일에 늦잠 자는 것보다 보람도 있고, 덕분에 산속 좋은 공기 마시며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며 계속해서 참여할 거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매번 학생들을 인솔하고 오는 윤상근(태원고) 교사는 조 회장과의 인연으로 약 15년째 학생들을 이끌고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활동 후 힘들지만 참 잘한 것 같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고 그런 제자들을 볼 때 흐뭇하다”며 “저 또한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제자들과 함께 소중한 자연을 가꾸고 보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의 민낯을 다른 지역이나 외국인들이 와서 본다는 걸 생각하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다”는 조 회장. “언제까지 이런 험한 일을 하실 거예요?”라고 물으니 생각할 틈도 없이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해야죠”라고 말한다.
봉사단의 손으로 걷은 비닐 아래로 숲의 속살이 드디어 숨을 쉬는 듯 편안해 보인다. 가로막혀 있던 물길이 그제야 방향을 잡고 갈 길을 서두르는 듯 시원해 보인다. 취재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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