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음력 오월 단오, 김홍도의 <씨름>이 생각난다. 떠꺼머리 엿장수는 팔 만큼 팔았는지 딴청이고, 오른편 아래 구경꾼들은 놀라 입을 벌리며 뒤로 나앉는다. 스물 남짓의 표정이 제각각 살아 있다. 그림이 실감나는 것은 인물들이 살아 움직여서가 아니라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림이든 사람이든 달리 보고 달리 느낄 때 빠져든다. 우리 옛 그림을 달리 보게 만드는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2』가 금광동 소재 신구문화사에서 재출간됐다. 1999년 출간 이후 꾸준히 읽히는 옛 그림 해설서로, 윤두서의 <자화상>, 정선의 <인왕제색도>, 작가 미상의 <이채 초상> 등 18점을 소개한다. 모두 조선 시대 작품이다. 저자 오주석은 옛 그림을 볼 때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사람의 마음으로 읽으라’고 한다. 한 점 두 점 한 획 두 획 찬찬히 살펴보고 그린 이의 손길을 따라가면서 그 마음까지 가늠해 볼 때 그림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된다. 저자는 이를 돕기 위해 옛 그림의 색채와 원근법, 옛 그림에 깃든 마음 등 미학 에세이 여섯 편을 본문 사이사이에 넣었다. 그림의 내용을 의식하며 찬찬히 살펴 읽고, 뜯어 읽고, 오래 두고 작품의 됨됨이를 생각하는 것은 저자가 그림을 대하는 자세이자 독자들에게 바라는 바다.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그린 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림을 그릴 때 심정은 어땠을지, 당시 세상은 어떠했는지를 그린 이의 문집과 행장, 주변인들의 글에서 실마리를 찾고 꼼꼼히 풀어간다. 글을 읽다 보면 그 과정이 그림 앞에서 강의를 듣는 듯 생생하고 가락을 타듯 흥겹다. 글에는 그 시대의 어투가 스며 있다. 저자는 우리 그림과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방대한 지식, 한결같은 열정으로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의 내력을 세상에 알리고, <전 이재의 초상화>가 그의 손자 이채의 초상화임을 밝혔다. 저자는 2권의 틀을 잡고 원고를 준비하던 중 병환으로 타계, 유고간행위원회에서 저자의 유고를 챙겨 2권을 펴냈다. 위원회 강우방 선생은 ‘오주석은 그림에 그려진 나무와 인물과 마침내는 화가와 하나가 되고자 했다. 그는 그 시대를 살고자 했다’고 한다. 화가의 마음으로, 저자의 애정과 열정으로 옛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선비의 엷은 미소가, 꾀꼬리의 청량한 울음이 초여름 뜨겁고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할 것이다.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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