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경찰서 대원파출소에 근무하고 있는 이광덕 경위(45세)는 공무집행 중 사고로 ‘우측 하지 부전마비 6급’이라는 장애를 가졌다. 인터뷰를 하기 위한 장소로 이동하는데 그의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해 보인다. 2011년 1월, 교통사고 수습 현장에서 다리를 크게 다친 이 경위는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3년 8개월 동안 13회에 걸친 수술, 꾸준한 재활치료를 거쳐 3급 장애를 6급으로 호전시킨 후 2014년 9월 경찰관으로 당당히 복귀했다.
지난해 채널A와 동아일보에서 주최한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위민상을 수상한 이 경위는 상금 1천만 원을 모두 어려운 이웃에게 기탁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경찰로 화재를 모았다. 그런 이광덕 경위의 제복 입은 일상이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경찰 아들이에요. 어디 아프신 데는, 별일 없으신 거죠?, 이따가 찾아뵐게요.” 어르신들에게 제복 입은 경찰 아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다. 경찰이 되던 24세부터 현재까지, 홀몸, 불편한 어르신들의 아들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니 이 경위에게 경찰 아들로서의 역할은 이젠 일상이 돼있다.
“화장지가 떨어졌는데 몸이 불편해 나갈 수 없다”는 어르신, “당장 이사 가야 하는데 방을 구하지 못했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알선해 주면 좋겠다”는 어르신 등 불편함은 다양하지만 번거롭다거나 귀찮다, 힘들다는 내색 없이 손수 해결에 나선다. 노숙인에게는 긴급생활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비바람 피할 거처를 알선해 주는 등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 경위는 “제복을 입은 사람이라서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그 많은 수고를 제복의 힘으로 돌린다.
‘나는 어떤 경찰이 되고 싶었을까.’, ‘나는 어떤 경찰로 남고 싶은 걸까.’ 어린 날엔 단지 제복 입은 경찰관이 멋져 보여 경찰이 되고 싶었다. 철이 들면서 “충돌을 겪고 있는 곳에서는 화해시킬 수 있는 사람, 어려운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억울한 처지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경찰관이 되면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경찰관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나이 24세 때 그는 경찰관이 됐다.
경찰관 초임 시절, 어려운 환경에 놓인 조손 가정에 당시 급여 약 110만 원에서 매달 10만 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한 나눔 활동은 사고를 당하기 전, 당시 파지 줍는 할머니와 함께 살던 코흘리개 꼬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씩씩한 성인이 될 때까지 14년 동안 지속됐다. 재활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후엔 소외계층인 홀몸 어르신, 장애인, 치매 환자들의 말벗이 돼 주고, 불편사항 해소, 복지관 배식 봉사,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무료 강연 등에 휴일을 투자한다.
경찰관, 소방관, 해양경찰관의 사연을 담은 휴먼북 <그날의 기록>에서 언급했듯이 “만약 내가 이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경찰관이기에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베풀 수 있어서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선지 제복을 입었을 때 느끼는 긴장감은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다”는 이 경위의 밝은 표정에서 그의 행복한 일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경위의 서툰 발걸음은 오늘도 범죄 등 각종 사고 현장으로, 경찰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홀몸 어르신 댁으로 힘차게 나아간다. '나는 대한민국 경찰 이광덕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라는 다짐과 함께. 취재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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