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 2층 공감갤러리에서 특별한 전시회(7.10~7.14)가 열리고 있다. 92세 어르신도 함께하는, 평균연령 85세 이상 다양한 연령층의 어르신들이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동화 같은 파스텔화를 성남시민에게 선보이며, 아름다운 황혼을 그림처럼 살아가고자 한다.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1회 전시회를 연 후 아름다운 파스텔화에 빠지게 됐다는 어르신들. 마이크를 잡은 서영원 사회복지사가 전시회의 문을 활짝 열어 어르신들을 소개했다. 전시회를 여는 어르신들은 서울시니어스분당타워에서 생활하는 9명의 어르신들이다.
황해도 출신의 김종기(88) 어르신은 “미술은 나의 삶의 희망이다”라고 할 만큼 요즘 그림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황해도가 고향인 김종기 어르신은 6.25 참전용사로 오랫동안 군 생활을 했다. 제대 하면서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던 그는 브라질에서 20년, 다시 미국에서 26년 이민생활을 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모두 이겨내고 성공했다.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를 지난해 멀리 떠나보내고, 둘째딸이 있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농촌 풍경을 파스텔화로 표현했다”고 한다.
김종기 어르신의 둘째딸 김인실 씨는 축하의 꽃바구니를 들고 아버지의 전시회에 참석했다. “하시고 싶어 하던 그림을 그리시며 활력소를 찾으시는 것 같아 더 젊게 사시는 것 같다”며 “많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황혼, 침묵, 자연의 섭리'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는 황혼의 들녘과 구름이 흘러가는 미루나무선 언덕에 빨간 지붕을 한 동화 같은 파스텔화를 선보인 김현경(92) 어르신은 2년 6개월 동안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제 체력이 많이 딸려서 앉아서 할 수 있는 파스텔화를 택하게 됐다고 한다. “뭐 그림이라고 하지만 보잘 것 없고 부끄럽다”고 겸손해 하지만 그림을 그려 손자, 손녀에게도 주었다고. 아름다운 미소 뒤에는 자부심도 가득하다.
속초에서 살다가 분당으로 오게 된 지 13년이 됐다는 김인혜(86) 어르신은 “인생, 아름다운 황혼”이 화두다. “시, 산문도 소식지에 채택되고, 시를 써서 입상도 하고, 내 그림이 시니어스 타임즈 7월호 표지에 실려서 깜짝 놀랐다. 오래 살고 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또 목표가 생겼다. 손자, 손녀에게도 할머니는 노는 사람이 아니라 열심히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전시회가 있기까지 어르신들의 그림 지도를 해 온 최윤진 강사는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노년이 길다 보니 즐겁게 보내야 하는데 예술은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색감이 힐링이 되는 아름다운 작업으로 지치지 않고, 할수록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파스텔 힐링화”라고 한다. 최윤진 강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60세 이상이면 입주할 수 있는 서울시니어스분당타워에는 307명의 어르신이 생활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작업하는 파스텔화는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그림이라는 데 그 매력이 있고, 특히 손가락 운동은 뇌 건강에 좋고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평균연령 85세 어르신들이 성남시청 공감갤러리에 펼쳐 놓은 동화마을 같은 파스텔화에 잠시 빠져 봐도 좋을 것 같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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