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오후 2시 30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올해의 마지막 백스테이지 투어가 있었다. “자, 이제 무대 뒤를 보기 위해 이동하겠습니다.” 이현우 무대감독을 따라 오페라하우스 공연장 옆 복도 끝에 난 문으로 들어갔다. 몇 개의 문이 열리고 닫혔다. 마지막 미닫이문이 닫히고 다시 무대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오케스트라 피트입니다. 오페라나 뮤지컬을 공연할 때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는 곳이죠. 무대 4m 아래에 있습니다.” 서서히 오케스트라 피트가 위로 올라갈 때 객석 천장에 은하수가 흘렀다. 오케스트라 피트와 무대의 높이가 같아지자 메인 무대에서 화려하고 신비한 영상이 펼쳐졌다.
체험 참가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 위 빔에는 물, 우주, 바다의 모습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이어져 쏟아져 내리는 빛. 가만히 서 있어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강렬한 빛이었다.
빛을 따라 들어간 그곳은 동굴 속이었다. 무대가 돌고 음악에 둘러싸여 마치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체험 참가자들은 무대를 감싸는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춤을 췄다. 체험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돼 공연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나 음악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어떻게 표현되는 것일까. 공연을 보다 보면 종종 무대 뒤가 궁금해진다. 다음 순서는 직접 기기를 작동해 보는 순서다. 고보를 조명기에 끼우니 장막에 고보(특정 부분의 빛을 없애는 데 쓰는 가림막)에 새겨진 무늬가 나타났다.
나비 무늬가 있는 고보를 끼우면 나비가, 장미 무늬 고보를 끼우면 장미가 나타났다. 색깔 필터를 끼우니 무늬에 색깔이 더해졌다. 직접 조명기기를 다루는 체험자들의 모습이 진지했다.
체험하는 동안 참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8살, 6살 두 아이와 함께 참가한 문선경(이매동) 씨는 “관중일 때는 무대 뒤쪽이 이렇게 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객석에 있을 때와 달리 무대에서 보니 객석이 넓어 보인다. 새로운 느낌이다”라고 했다. 선생님을 따라 계원예고 1학년 단체로 체험에 참여한 최준호(계원예고 1, 발레 전공) 학생은 “무대에서 춤만 추다가 무대 뒤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스텝들의 수고도 알고 이분들 덕분에 무대가 더 빛나는 것 같다”고 했다. 공연을 주로 하는 사람에게도 공연을 주로 보는 사람에게도 무대 뒤 모습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무대 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드다. 그리드는 장치봉을 움직이는 모터가 있는 곳이다. 장치봉에는 조명, 세트(막, 철, 합판 등)를 달 수 있다. 장치봉을 움직여 무대 장면을 전환한다. 객석 위에도 그리드 같은 비밀스런 공간이 있다. 실링. 무대 위 인물에 초점을 맞춰 빛을 비춰주는 곳이다. 스텝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이런 비밀 공간으로 이동하는 길을 관계자들은 고양이길이라고 부른다.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길, 스텝들은 실제로 공연 시 이동할 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이동한다.
체험을 마친 이현우 무대감독은 “연기자의 입장에서의 무대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무대에 섰을 때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일상에서의 자세도 그와 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8 백스테이지 투어는 시민이 직접 배우처럼 조명을 받고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객석에서 무대를 보는 게 아닌 직접 무대 위를 체험할 수 있다. 또 무대기계, 조명, 음향이 역할 등을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장비를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다. 올해는 끝났지만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시민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체험 기회를 4회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성남아트센터는 연중 ‘해설이 있는 극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월 13일 진행된 것처럼 무대 위를 경험할 수는 없지만 예정된 공연의 무대 설치 작업을 직접 볼 수 있고 무대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아트센터를 견학할 수 있다. 대상은 성남 관내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일반단체이며 화·수·목·금요일 중 가능하다. 견학 일정은 무대운영부와 조율해 결정해야 한다. 무대운영부 031-783-8081 princess8278@snart.or.kr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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