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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희망을 안고 달린다

이기현 | 수정구 시흥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7/23 [15:0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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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안고 달린다
이기현 | 수정구 시흥동
  
한낮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근무여건 탓에 심야의 월드컵축구 중계도 보지 못하고 어제도 오늘도 나는 퀵서비스 배달에 나선다.
 
수건 한 장을 땀으로 흠뻑 적실 만큼 벅차게 일하는 전국의 수많은 퀵서비스 기사들. 1분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승용차와 트럭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 신호가 바뀌자 마자 쏜살같이 달려 나가야 한다.
 
그렇게 퀵이 몸에 밴 나에게도 이 일은 참 버거운 일이다.도심의 모든 매연과 먼지를 죄다 들이마시며 뜨거운 폭염에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를 달리다 보면 정말이지 심한 두통과 함께 뱃속이 울렁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정말 최악의 날은 가볍게라도 접촉사고를 내는 날이다. 이러면 하루 번 돈이 완전 날아가니 꿈속에서조차 “오늘도 접촉사고 없게 해 주십시오”라며 천지신명께 기도한다.
  
사실 나는 서울에서 15년 넘게 직장에 다녔다. 회사가 어려워 구조조정을 당한 후 치킨집을 열었는데 운 없이 곧바로 퍼진 조류독감 때문에 얼마 못가 문을 닫고 퀵서비스 일을 시작한 것이다.
 
오토바이를 구입하고 일을 시작했더니 먼지, 공해는 기본이고 사고 위험에 여름철 무더위와 겨울철 혹한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인연? 아니면 궁합이 맞는 걸까? 퀵을 하기 위해 이곳 성남으로 이사 온 후 이 퀵 덕분에 그럭저럭 사는 재미가 붙었다.
 
이곳에 오자마자 아내가 적성을 살려 아주 좋은 조건으로 취직을 해 잘 다니고 있다. 아이들도 부모 속 안 썩이고 공부도 잘한다. 그러니 성남은 내겐 ‘궁합 딱’인 제2의 고향이 된 것이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이 판국에 오늘 나는 일할 직장이 있기에 그 또한 행복으로 알고 이 순간에도 극한의 피로와 싸우며 하나의 희망을 쫓아 달려간다.
 
열심히 일하고 하루라도 빨리 더 벌어서 가까이에 택배대리점 하나 내볼 참이다. 지금은 고된 하루하루지만 내일의 희망을 품고 오늘도 오토바이에 시동을 건다. 부르릉~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8월 7일(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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