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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어머니들의 인생교실

송경희 | 중원구 상대원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7/23 [15:1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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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의 인생교실
송경희 | 중원구 상대원동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우연한 기회에 모 단체에서 운영하는 시민강좌에 나가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머니 독서교실과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한국어 수업을 맡아서 하게 됐다. 물론 자원봉사다.
 
며칠 전 강의실 책상 위에 커다란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하얀 안개꽃과 진홍빛 다알리아, 그리고 연분홍의 백합까지 바구니에 넘치도록 풍성했다. 옆자리 강사님이 내게 “어머, 생일이신가 봐요?” 하신다.
 
“아닌데...누가 이렇게 예쁜 꽃을 갖다 놨을까요?” 그런데 한쪽에 작은 카드가 꽂혀 있다. ‘선생님 강의 정말 재미있었어요. ○○○ 올림’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독서교실반이 종강하는 날이다. 그간 수업을 들었던 한 분이 보내온 것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2시간씩 ‘어머니 독서교실’을 운영했다.
 
자기소개를 나누다 보니 뜻밖에도 약사, 부동산중개인, 금은방 사장님 등이 바쁜 일과를 쪼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들은 독서나 글짓기보다 ‘인생’에 대해 토론하기를 더 즐겼다.
 
독서에 대해 열강한 후 “이제 글을 직접 써 보세요”라고 하면 그때부터 모두들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바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선생님, 집에 가서 숙제로 해오면 안될까요?” 하신다.
 
이럴 때마다 다같이 약속이나 한 듯 소녀처럼 “까르르, 호호호, 하하하” 웃으신다. 그 웃음에 거짓이 없고 여유가 넘친다.  
 
내가 “네, 그러세요” 하면 소녀들처럼 “와~” 하며 신나 하신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인생토론이 시작된다.
 
특히 자녀 학업과 취업문제, 남편 직장 이야기, 이웃 간의 배려와 봉사활동 이야기에서는 열변을 토해 매번 수업시간을 초과하곤 했다. 인생 토론에는 꾸밈이나 거짓도 없고 진심으로 서로의 멘토가 돼 줬다.
 
아무래도 우리 강좌이름을 ‘어머니 인생교실’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는 내 말에 또다시 여고생들같이 까르르 웃으신다.
 
알뜰살뜰 착하게 배려하며 열심히 사는 성실한 시민이고, 무엇을 하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 성남의 보물 같은 이웃 주부들. 성남은 언제나 젊고 밝고 활력이 넘쳐서 좋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8월 7일(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