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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성남] 고음과 저음 그리듯 청계산길을 걷다

성남누비길 6구간 청계산길 : 하오고개~옛골 등산로 입구 8.5km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9/20 [14:2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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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바위에서 바라본 전경    © 비전성남
 
▲ 매바위    © 비전성남
 
▲이수봉에 설치된 누비길 6구간 청계산길 스탬프 © 비전성남
 
▲ 6구간 청계산길 등산로 입구    © 비전성남
 
▲ 이수봉    © 비전성남
 
 
국사봉, 이수봉, 망경대, 매봉 등 산에는 봉우리가 많다. 유난히 나무가 빽빽하고 짐승이 많아 그옛날 ‘왕의 사냥터’로 유명했던 청계산은 고려 말 충신인 조견, 연산군때 성리학자 정여창 선생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봉우리마다 서려 있다. 먼 과거에 성남, 안양, 과천, 서울 등에서 온 산객들의 땀 냄새, 사람 사는 이야기가 섞여 한 권의 책처럼 엮여 있는 청계산 길을 밟아 읽어간다.
 
생각이 많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하오고개~국사봉)

한국학중앙연구원 가로수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누비길 6구간 청계산길 입구다. 등산화 끈 단단히 조이고 산행을 시작한다. 나무 계단을 오르니 조금 지나 갈래길이다.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몇 걸음이나 지났을까. 거친 거북이 등을 닮은 비탈이 마치 올라타 보라는 듯 호기롭게 서 있다. 하오고개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거북등 길 때문에 청계산길이 성남누비길 7구간 중 난이도 ‘상’이란 명예를 가진 듯하다.
 
헐떡거리는 숨소리에 ‘내가 이 길을 왜 왔을까’ 하는 고됨이 서린다. 고라니 한 마리가 우리를 약올리듯 성큼성큼 기운 센 모습으로 지나쳐간다. 헤엄을 잘 쳐서 산 아래 운중저수지에서 헤엄치며 놀기도 한다는 고라니 덕분에 잠깐 숨을 고르긴 했지만 국사봉까지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다. 국사봉 정상에 도착하니 매봉에서 마중 온 듯 매 두 마리가 날갯짓으로 우리를 반긴다. 저 멀리 관악산 줄기와 시선이 맞닿는다.
 
▲  며느리밥풀꽃   © 비전성남
 
▲청계산의 주봉인 망경대     © 비전성남
 
숲속 다양한 생물들 이야기가 들려오다…
(국사봉~이수봉)

이수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객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진 평탄한 흙길 능선이다. 비로소 나무도 보이기 시작하고 꽃잎에 앉은 나비의 모습도 여유로워 보인다. 슬픈 이야기가 담긴 며느리밥풀꽃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밥을 푸다가 흘린 밥풀 두 개 집어 먹었다고 시어머니에게 모진 일을 당한 며느리의 이야기. 꽃잎 속 도드라진 하얀 밥풀 돌기 두 개가 슬프다. 산에 가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천천히, 천천히 걸을 것을 권하고 싶다. 빨리 걸으면 주변의 들꽃 한 송이와도 마주칠 수 없다.
 
▲ 청계산 매봉 표지석    © 비전성남
 
쉬엄쉬엄, 자연이 마련한 여유를 누리며…
(망경대~혈읍재~매봉~매바위)

산의 정상인 망경대는 군부대 시설, 추락위험으로 올라갈 수 없다. 살짝 우회해서 매봉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만난 바람이 망경대 위의 조망권을 포기한 아쉬움을 달래 준다. 가슴이 설렐 만큼 시원하다. 매바위에 올라 뱅 둘러보니 우면산, 롯데타워, 경부고속도로, 북한산, 수락산이 넓은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이번엔 두 눈이 시원하다.
 
천천히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돌문바위~옛골)

청계산의 정기를 받기 위해 돌문 바위를 통과했다. 이미 산의 정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겠지만 한 번 더 다져 줬다. 자꾸만 꺾이는 다리로 인한 걱정을 야자 매트가 덜어 준다. 옛골까지의 길은 제법 길다. 빨리 지나 하산해야겠다는 마음만 아니라면 지친 몸에 기운을 주고 새 한 마리에도 넉넉한 눈길을 줄 수 있는 구간이다.

옛골로 내려오니 저 앞에 모란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과 7구간 인릉산 길을 안내하는 화살표가 보인다.

누비길 문의 : 성남시 녹지과 031-729-4302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