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앙꼬 붕어빵
김재민 | 분당구 야탑동 올 가을 첫 붕어빵을 만났다. 붕어빵 아저씨가 늘 있던 곳에 올해는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분이 와 있었다. 큰아이가 바삭하게 구워진 붕어빵을 좋아해 사가야지 싶었다. 아저씨는 열심히 틀을 뒤집어 가며 굽고 있었다. 아직 살이 하얀 붕어들과 뭔가 어색한 아저씨의 손길을 보니 그냥 가야 하나 망설여졌다. 옆에는 나보다 먼저 온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통화 중이라 그런지 별로 조바심 나지 않는 눈치였다. 주인아저씨는 기다려달라는 말도 못할 만큼 빵 굽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신경이 온통 온전한 붕어빵을 굽는데 가 있어서 손님 맞을 여유가 없는 듯했다. ‘초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가면 안 되겠다’ 싶었다. 드디어 아저씨가 바깥에 얇게 탄 부분을 떼어내고 붕어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한 마리, 한 마리, 틀에 있는 것을 다 건지고 나서야 불을 줄이고는 한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기다린 청년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천 원에 두 마리인 붕어빵에 덤을 얹어 네 마리를 줬다. 다음 손님인 나에게도 붕어빵을 봉지 터지게 담아 준다. 직장에 다니다 오늘 처음 새로운 일을 나왔는데 회사 생활보다 어렵다며 오래 기다렸으니 많이 먹으라고 한다. “이렇게 많이 주시면 남는 게 없으시잖아요” 했더니 “본사에서는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차차 나아지겠지요” 하면서 웃음과 함께 담아 준다. 아저씨가 혼신을 다한 붕어는 집에 가기도 전에 뭔가 지친 듯 축 늘어졌다. 평소 바삭한 것을 좋아하는 딸이 안 먹을까 걱정했는데 팥이 듬뿍 들어서인지 식은 것도 맛있게 먹었다. 아저씨의 정성과 노력을 맛으로 느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이가 하굣길에 그곳에 들렀는데 좀 더 노릇노릇 잘 익은 붕어빵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아저씨 실력이 좋아졌다며 맛있었다고 하니 올 겨울엔 아저씨가 붕어빵의 달인도 되고 주머니도 묵직해지길 바란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11월 7일(수)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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