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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_성남의 공원과 나무] 가을, 공원에서 만나는 나무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0/23 [16:2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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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내려앉은 공원, 나무들이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공원의 나무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저마다 특색 있는 열매와 씨앗을 매달고,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로 공원을 찾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씨앗과 열매로 가을을 즐기는 것도 좋은 가을나기가 된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근육이 울퉁불퉁, 서어나무
분당구 수내동 중앙공원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주차장 옆에 서어나무가 있다. 서어나무 껍질은 회색에 검은 얼룩이 섞여 있는데 마치 보디빌더의 근육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어 근육나무라는 뜻에서 머슬트리(muscle tree)라고도 불린다.
 
강한 힘이 느껴지는 서어나무는 튼튼하게 생긴 모습과는 달리 잘 썩는다. 서어나무가 썩으면서 만드는 물질 ‘인’은 파란빛을 낸다. 옛날 사람들은 비 오는 날 서어나무 숲의 파란빛을 도깨비불이라고 생각해 그곳에는 도깨비가 산다고 생각했다. 썩어가는 서어나무 줄기는 장수하늘소 애벌레가 살 수 있는 훌륭한 탁아소다.가을에 서어나무는 신라의 화려한 귀고리를 연상시키는열매를 매달고 있다.
 
 
산초나무
영장근린공원과 중앙공원처럼 산을 끼고 있는 공원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산초나무는 잎과 열매에서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시가 달려 있는데 가시에도 나이테가 있다. 잎을 매달아 놓으면 곤충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서 모기를 쫒아내는 데 산초 잎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을엔 산초나뭇가지 끝에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열매가 맺히는데 이것이 추어탕에 양념으로 쓰이는 산초가루의 원료가 된다.
 
 
가을이면 소금이 열리는 붉나무
옻나무 일종으로 가을 잎이 붉다고 붉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다. 붉게 물든 가을의 붉나무 잎들은 타는 듯 정말 붉다. 10월부터 단단한 핵으로 싸인 씨앗이 있는 지름 4mm정도의 납작하고 둥근 열매가 노랗고도 붉은 갈색으로 여문다.
 
그런데 열매껍질에 시고 짠맛이 나는 흰 가루가 생긴 후 겨울에도 가지에 매달려 있다. 짠맛이 나는 흰 가루는 깊은 산골사람들이 두부 만들 때 간수로 대신 사용했다고 해서 붉나무는 소금을 만들어주는 소금나무로도 불린다. 중앙공원을 비롯해 성남의 다른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딸기 닮은 열매를 매달고 새들을 부르는 산딸나무
식물은 영양이 풍부한 열매를 만들거나 화려한 색의 달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 씨앗 뿌리기에 동물을 이용한다. 산사나무, 오미자, 작살나무, 누리장나무도 달고 맛있는 열매를 매달거나 노랑, 까망, 파랑 등 여러 가지 예쁜 색을 가진 열매로 동물을 유혹한다. 눈이 무척 발달한 새들은 화려한 색의 열매를 좋아하는데, 새를 이용해 씨를 뿌리는 식물들은 새가 좋아하는 빨간색 열매가 많다.
 
산딸나무는 가을에 새빨간 딸기 모양의 열매를 맺어 산딸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산딸기 모양의 열매의 맛이 감미로워서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새들이 따먹은 산딸나무 열매는 과육은 소화되고 딱딱한 씨앗의 껍질은 새의 위액, 산에 의해 자동으로 연화 처리됨으로써 자손을 퍼트리는 데 새가 도움을 주게 된다. 성남에서는 집 주변 어린이공원이나 황새울공원, 영장근린공원 같은 근린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우아한 자작나무숲
중앙공원에는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줄기가 유난히 하얀 자작나무 껍질은 글씨를 써도 될 만큼 부드럽고 질기며 잘썩지 않아 보관하기도 좋다고 한다. 자작나무 껍질은 전기가 없던 시절 초를 만들 때 사용돼 자작나무는 등불이 돼 주기도 했다.
 
자작나무는 기름기 많은 껍질 때문에 불을 지피면 화력이 좋고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단풍이 드는 가을엔 노란 잎과 함께 흰색 껍질이 유난히 눈에 띈다. ‘천마도’가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졌다고 하며 자작나무는 천연감미료인 자일리톨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팥과 배를 연상시키는 열매를 맺는 가을의 팥배나무
팥처럼 빨갛고 작은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배의 껍질에 있는 작은 반점이 있어서 팥배나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팥배나무는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이 될 때까지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어 직박구리에게 훌륭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나무이기도 하다. 영장근린공원이나 대원근린공원, 그리고 중앙공원, 황송공원 등 성남의 곳곳에서 팥배나무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