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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들려 주는 ‘시로 물드는 아름다운 삶’

성남행복아카데미 17강, 8일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열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1/09 [09:3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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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아무도 귀히 여기지 않는 풀꽃을 사랑스럽게 들여다보고는 고개 들어 그 눈길을 당신에게 보내는 시인.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이 성남행복아카데미의 명사로 초청돼 11월 8일 성남시청 1층 온누리홀을 찾았다.

    
▲ 성남행복아카데미 17강     © 비전성남

  

나태주 시인

    

짧은 다섯줄에 긴 여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풀꽃」은 시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할 정도로 많이 회자된 시다. 그래서 패러디도 많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럴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만 빼놓고’, ‘자세히 보니 예쁘더라/오래 보니 사랑스럽더라/뒤태만 그렇더라’

    

16세 때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면서 시를 짓기 시작했고, 26세 때 실연의 아픔을 표현한 시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 나태주 시인. 그는 깨진 달걀 껍데기 안의 흰자, 노른자를 모두 쏟아내듯이 시인이 됐다고 한다.

    
▲ 온누리홀 무대에 선 나태주 시인     © 비전성남

    

시를 쓰는 ‘사람’

    

수필가, 소설가, 음악가, 작곡가, 건축가... 시인. 유독 시인만 ‘사람 인人’자를 사용한다. 나태주 시인은 그 이유를 시인은 끝까지 ‘사람’에 주목하며 ‘사람’처럼 살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나태주 시인은, 43년 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자신이 시인이 돼 시골에서 자동차도 없이 살고 있는 삶을 마이너의 것으로 규정짓지만, 마이너의 삶에 만족하며 그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한다.

    
▲ 나태주 시인     © 비전성남

    

들여다보기

    

시를 읽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따지면서 읽기. 느끼면서 읽기. 여기에 나태주 시인이 추가한 방법은 ‘들여다보며 읽기’다.

    

그의 시 「풀꽃」을 들여다보자. 「풀꽃」은 예쁘지 않은 사람을 예쁘게 보려고 쓴 시라고 한다. 그가 초등학교 교장일 때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시다. 풀꽃은 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얼핏 보면 예쁜 줄 모르고 잠깐 보면 사랑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자세히, 오래 보는 순간 풀꽃의 가치가 보인다. 사람도 그렇다고 한다.

    

작고 하찮고 오래된, 하지만 소중한

    

하늘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선물」이라는 시다. 나태주 시인이 존경하던 박목월 시인은 ‘가난한 마음’은 작고 하찮고 오래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했다고 한다. “작은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에 우리가 불행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작은 기쁨을 소홀히 하는 데서 불행이 시작된다. 주변의 소소한, 작은 기쁨을 소중히 하자”며 이 시를 낭독했다.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는 세상이 되길

    

「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다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빅토르 위고는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다’고 했다. 사랑을 하려면 상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나태주 시인은 말한다. 풀꽃을 들여다보듯 보면 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듯 ‘너도 그렇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시인     © 비전성남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노래로 나온 그의 시 「멀리서 빈다」를 들려주며 서로 위로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준비된 강연을 마친 나태주 시인.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무대에 걸터앉은 나태주 시인     © 비전성남
▲ 준비된 강연을 마친 후 시민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비전성남
▲ 가부좌 자세의 시인     © 비전성남

    

나태주 시인의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 봐/꽃 피워 봐/참 좋아‘에 힘을 얻어 병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시민의 말에 “손자가 세 살 때 엄마를 잃었다. 손자에게 들꽃을 꺾어주며 기죽지 말라고 말해줬다”라며 시가 만들어진 아픈 배경을 들려줬다.

    

다른 시인의 시 중에서 어떤 시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나는 시를 참 많이 읽는다. 함민복 시인의 「가을」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도 좋아한다. 좋은 시를 쓴 시인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젊어서는 박목월 시인을 좋아했다. 그 이후에는 외국 시를 많이 읽었고 내 시가 짧아진 것은 일본 시인 하이쿠의 영향이 컸다”고 답했다.

    
▲ 청중이 들고 온 시집에 사인을 하는 모습     © 비전성남
▲ 청중의 시집에 「풀꽃 3」을 적고 있는 나태주 시인     © 비전성남

    

꿈꿨던 시인을 만나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는 시민,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불교의 온기가 느껴진다는 시민, 오랜 교직생활 동안 보람된 일에 대해 묻는 시민 등 많은 질문과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이후에는 로비에서 사인과 사진 촬영이 있었다.

    

촉촉한 가을비만큼 시민들의 가슴에 따뜻하게 적셔든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다음 성남행복아카데미는 철학자 강신주의 특강으로 11월 15일 오후 7시 30분 시청 온누리실에서 열린다. 지난 8월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된 강연이 재편성된 것으로 ‘우리가 찾는 진정한 행복이란’ 주제로 행복의 원천과 경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문의 및 안내 : 성남시 평생학습과 031-729-3082~5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