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행복을, 그것도 ‘확실한’ 행복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은 그만큼 행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닐까?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성남행복아카데미에 초대돼 성남시민과 함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특강은 지난 8월 태풍으로 취소된 강연이 재편성돼 오후 7시 30분 시청 온누리홀에서 열렸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2011), ≪강신주의 감정수업≫(2013), ≪스무 살의 인문학≫(2015) 등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는 오늘의 테마는 가장 흔한 주제인 ‘사랑’과 ‘행복’이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고통은 살아있다는 증거 “행복하세요?”라는 강박사의 질문에 한 시민이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하자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행복이 먼저일까 불행이 먼저일까?” “오늘 강연의 핵심은 불행이 먼저라는 것이다.” 우리 자체가 불행이라는 출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강신주 박사는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이라며 시민들에게 무릎을 세게 쳐보라고 주문했다. 아픔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며 삶의 아픔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사람들만이 자살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사랑=불행을 완화시켜주는 것 누군가가 느끼는 통증을 나도 함께 느낄 때, 우리는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통을 같이하는 사람은 기쁨도 같이할 수 있지만, 기쁨을 같이하는 사람이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은 아니라며, 결혼의 전제인 행복과 안정이 무너졌을 경우 그 고통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결혼 상대자로 선택해야 한다고도 충고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개고(一切皆苦)’를 ‘모든 것이 고통이다’라고 풀이하며 자비와 사랑은 곧 아픔이라는 공식을 만든 강 박사는 목을 조르는 손에서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살인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삶은 고통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며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그 무엇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간다고 말한다.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누군가가 주는 밥 한 공기로 사라진 고통에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서 경계해야 한다. 밥 한 공기로 행복해하니 쌀 두 가마니의 밥을 주면 더 행복하겠지? 강신주 박사는 배고픔을 채워 주는 적당한 밥 양이 있듯이 사랑에도 적당량과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고 한다. 과한 도움, 충고, 사랑은 간섭이 되고 잔소리가 되고 집착이 된다고. “선을 행하지 마라!” 원효대사가 죽어가며 아들 설총에게 남긴 말이라고 한다. 의아한 설총이 “그럼 악을 행하라는 말인가요?”라고 묻자 “선도 행하지 말라 했거늘 하물며 악을 행해서야 되겠느냐?”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 딸, 내 남편, 내 부인에게 “이건 무조건 좋은 거야!”라고 하는 순간 위험이 온다고 충고한다. 한 공기의 밥이면 충분한 배고픔에 두 가마니의 밥을 주고는 내 수고와 사랑을 몰라 준다며 불평하는 것을 삼가야 하고 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행복은 기적같이 온다 너무 힘들고 외로울 때 근사한 밥 한 공기, 시 한 구절, 음악 한 소절은 행복이라고 한다. 행복은 기적같이 오며, 잠깐 머무는 축복이고, 나 혼자서는 만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 떠나가면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이기에 징징대지 말고 고마웠다고 말하라고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자. 그게 살아있는 거니까. 밥 한 공기가 친구한테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오면 잠시 배고픔은 사라지겠지만 다시 배고픔은 찾아 올 것이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친 강신주 박사는 예정된 시간에서 20분 정도를 남기고 시민들의 질문을 받았다.
‘행복은 저축되지 않는다’는 강 박사의 글귀에 대한 질문에 “밥 한 공기의 배부름은 저축되지 않는다. 행복은 현재형이지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 즐겨야 하는 것이 행복이다”라고 답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오해가 발생하는지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어왔다”는 고민에 대해 “자유란 멈출 수 있는 힘인데 말의 자유는 침묵할 수 있는 것이다. 부정적인 말들에 대해 묵언수행에 들어가라. ‘오늘은 말 안 할게’라고 해라”며 말 안 할 자유에 대해 설명했다. 강신주 박사가 쓴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 vs 철학≫을 읽고 용기 내 사표를 쓴 50대 중반의 한 시민이, 멈춰서 자유를 얻었는데 회사를 나오고 3년이 지나니 잉여인간이 된 기분이 든다며 진짜 자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강 박사는 자신의 저서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를 언급하며 “이것을 놔야 저것을 잡을 수 있다. 질문자는 아직까지도 이걸 왜 놨지?라며 놓은 것에 ‘집착‘하고 있다. 놓았으면 다른 걸 잡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버는 일만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유 공간에 들어가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고 거기를 출발점으로 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 밖에 “앵무새가 아닌 자기의 말을 하는, 쪽 팔리지 않는, 괜찮은 사람이 되라”며 철학 지망생에게, “연애를 할 때는 비겁하지 말아야 한다.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 재지 말고 다 던져라”며 여인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는 69학번 어르신에게,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는데 내가 죽어간다는 것을 아는 건 끔찍한 일이다. 더 절박하게 내가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충실히 배우면 죽음은 무서워지지 않는다”며 말기암 환자에게, “멈출 자유가 없는 관계는 끊어야 한다. 약함과 열등함은 다르다. 열등함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노예가 된다. 약하면 약한 대로 싸우는 것이다”라며 교회 공동체 생활을 하며 우울증 극복 중인 사람에게 답을 건넸다.
주어진 시간을 훌쩍 넘어 밤 10시가 조금 지나 끝난 강연은 강신주 박사의 사인회로 이어졌다. 사인을 받기 위해 강 박사의 저서를 들고 길게 줄을 늘어 선 시민들. 어머니와, 이성친구와, 배우자와, 또는 혼자 강연을 찾은 이들의 모습에서 깨달음을 얻은 철학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이제 성남행복아카데미는 3개의 강연을 끝으로 올해를 마무리한다. 차윤환 교수의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소소한 3가지 이야기’가 그 다음 강연으로, 11월 22일 성남시청 1층 온누리홀에서 열린다. 문의 및 안내 : 성남시 평생학습원 평생학습과 031-729-3082~5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