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특집 _따뜻한 겨울나기] 우리 조상들의 겨우살이

자연에 순응하며 함께 이겨낸 지혜 담겨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1/22 [11:12]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에는 대설과 동지가 이어진다.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날인 대설은 양력 12월 7·8일경으로 조상들은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 맞을 준비를 했다.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풍년이 들고 겨울을 따뜻하게 난다고 점쳤다.

동지는 양력 12월 22·23일경으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짧은날이다. 동지에 조상들은 뱀 ‘사(蛇)’ 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 잡귀를 막고 모든 빚을 청산하기도 했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동지를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담아 ‘작은설’로 대접하기도 했다.

전기장판과 온풍기, 핫팩 등 난방용품이 없던 시절, 선조들은 어떤 지혜가 담긴 겨울나기로 혹독한 계절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겨우살이라는 말처럼 겨울은 상당히 어려운 시기여서 여름에는 삼시세끼 먹을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두 끼 정도 식사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엉을 올려 겨울준비를 하는 분당 중앙공원 전통가옥 © 비전성남

우리 조상들의 월동준비, 이엉 잇기와 온돌 점검
춥고 긴 겨울을 잘 넘기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추수가 끝나고 찬바람이 불면 우선 집을 손보며 초가지붕을 교체하는 이엉 잇기와 온돌을 점검했다.
 
초가지붕은 짚으로 돼 있는데 짚의 표면에 기름막이 덮여 있어 빗물이 짚을 타고 흘러내릴 뿐 안으로 스며들지 않았다. 그래서 초가지붕에 비가 새지 않은 것이다. 또한 대롱모양의 볏짚마다 공기가 들어차, 집안의 온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짚은 천연단열재 역할을 해 따뜻하기 이를 데 없었다. 추수 후 버려지는 것 없이 짚을 과학적으로 재활용한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우리의 전통 난방기술인 온돌은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난방방식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방바닥에 깔린 구들장을 달궈 방을 덥히는 난방구조로 우리 민족 최고의 발명품이다. 우리전통건축은 온돌방이 있으면 그 앞뒤 또는 좌우로 마루공간을 갖고 있다. 이는 공간의 켜라고 해 공기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의 찬바람을 한 번 걸러주기 때문에 실내 열환경이 잘 유지될 수 있었다.  
 
또한 방바닥을 데우는 온돌식 난방법은 공기를 데우는 벽난로식 난방법보다 따뜻하고 건강에도 좋다. 벽난로식 난방법으로 공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산소의 양이 적어져 호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온돌의 구들은 열을 받으면 공기보다 빨리 데워지고 우리 몸에 온기도 빨리 전해 준다. 같은 양의 연료를 이용할 때 온돌방은 벽난로방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온돌방은 방바닥을 통해 공기를 데우기 때문에 실내공기 온도가 방바닥 온도보다 낮게 형성돼 호흡곤란을 일으킬 위험이 전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몸은 하체가 따뜻하고 상체는 시원해야 건강에 좋다고 하니 바닥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온돌난방은 신체건강에도 더 도움이 되는 난방법이라고 평가한다.

 
▲11월 13일 시청에서 열린 KT&G복지재단과 함께하는 김장나눔 © 비전성남
 
대표적 월동준비 김장… 마을 어르신 음식대접하는 ‘치계미’ 문화도
음식에서 대표적인 월동준비는 김장이다. 조상들은 이웃 간 품앗이로 이뤄진 김장문화를 통해 따뜻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치계미 문화로 웃어른에 대한 예를 보여 주기도 했다. ‘치계미’란 겨울절기에 일정 연령 이상의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에 조상들은 붉은색이 잡귀를 쫒는다고해 팥죽을 쒀 제사를 지냈고 집안 곳곳에 뿌리거나 이웃들과 나눠먹기도 했다. 팥죽을 나눠먹으며 다가올 새로운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오랜 정성과 노력으로 겨울을 대비한 우리 조상들에게 추위는 혼자 이겨내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에겐 이웃과 따뜻한 온정을 나누며 자연의 순리에 맞춰 길을 찾고 슬기롭게 삶을 이뤄나갔던 지혜가 돋보이는 겨우살이 비법이 있었다. 살아 숨 쉬는 겨울 생활에 깃든 전통과학, 그 중심에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조화를 이루려는 조상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겨우살이가 담겼던 것이다.

지난 11월 초 분당 중앙공원 전통가옥의 초가지붕을 교체하는 이엉 잇기가 있었다. 겨울준비를 마친 전통가옥의 새로운 지붕을 둘러보며 가족들과의 중앙공원 산책으로 겨울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