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생명 나눔’이라는 숭고한 가치의 감격과 기쁨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새로운 삶을 선물한 사람과 감사함으로 받은 자들이 모인 곳이 ‘새생명나눔회’다. 1991년 창립된 새생명나눔회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하거나 이식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수정구 태평역 옆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경기동지역본부에서 신장을 기증한 두 분과 이식받은 한 분이 모여 감동의 삶을 이야기했다.
인자한 웃음을 지닌 장수한(73) 씨는 동년배보다도 젊어 보였다. 신장을 하나 나눠주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경기동지역본부의 설립자로 1997년에 신장을 기증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출범 후 신장 순수 기증자만 900여 명입니다. 시민들이 바르게 알면 동참하실 분이 많을 텐데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지 잘 알려고 하지를 않아요. 먼저 가족 간 기증이라도 활성화됐으면 해요.”
그는 어떤 계기로 이런 결심을 하게 됐을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한 박진탁 목사님의 강의를 듣던 중 진짜 크리스찬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결심했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순수 기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얼마 받았냐고 물을 때 제일 안타까워요.”
의류업을 하는 박승래(59) 씨는 신부전으로 투석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에 신장을 기증 받았다. 처제 덕분이었다. 그는 투석의 괴로움을 제일 먼저 토로했다. “실제 투석을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같이 사는 배우자도 몰라요. 1주일에 3번 4시간씩 받고 나면 탈진해요. 정상적으로 모임에 나가고 친구들을 만나는 모든 일을 할 수 없고 우울증에 빠졌지요.” 이식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음성과 웃음에는 활력이 넘쳤고 감사가 묻어났다. “육체적으로 건강하니까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염명용(53) 씨는 현재 5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새생명나눔회 서울경기지역 회장을 맡고 있다. TV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알게 돼 2007년에 기증했고, 그 후에도 계속 마라톤을 해 풀코스 완주 59회를 기록한 철인이다. 그의 선행으로 릴레이 신장이식이 5명째 진행 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대표를 하면서 소아마비를 앓거나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보면 내가 커서 줄 수 있는 것은 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임을 강조했다. “저에게 2개가 있으니 하나 준 것 뿐이에요. 6년 전, 초등학교 동기가 신장이식을 기다리다 끝내 죽었어요.” 때론 이식의 시간이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다. 그는 장기기증 홍보 자원봉사자로, 마라토너로, 또 조경회사의 일원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막기증만 받으면 정상적인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2만여 명이다. 그러나 실제 각막을 기증받는 사람은 이식 대기자의 1%인 200건에 불과하다. 1년에 24만 명이 죽지만 각막 기증 자체를 꺼려하거나, 기증자 유가족의 지체로 실제 기증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장투석환자는 4만 5천여 명이고 이식대기자가 8천여 명이다. 장기기증은 생명나눔운동이다. 불완전한 이 세상은 나눔을 통해 비로소 사랑으로 충만한 새로운 세상으로 거듭날 것이다.
장기기증등록 1588-1589
새생명나눔회 02-363-2114/ 031-742-0101
구현주 기자 sunlin-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