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나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바장조, 작품번호 24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1/23 [14:34]

▲요제프 칼 슈타이어가 그린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초상화(1820). 장엄미사를 작곡하고 있다.  © 비전성남
 
▲  바이올린 소나타 5번 1악장 악보(필사본)   © 비전성남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을 시작해서 우수(雨水)로 접어드는 계절이다. 봄은 절기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처마 끝 고드름 녹는 소리, 철새들 날갯짓 소리, 언 강물 녹아 흐르는 소리, 놀이터로 모여드는 아이들 소리로도 온다. 봄을 알리는 절기가 깊어질수록 봄이 오는 소리도 늘어난다.

귀 기울이면 들리는 이런 봄의 소리를 담은 음악이 있다. ‘봄 소나타 Spring Sonata’로 불리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이다. 1악장 바이올린 선율의 따사로움과 아름다운 색채가 봄을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진 부제 ‘봄’. 베토벤의 고뇌와 강인함, 기교와 대가의 웅장함을 품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서정성과 경쾌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봄이 주는 행복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이 곡은 예상 밖으로 베토벤이 음악가로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느끼고 괴로워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이제 막 클래식음악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촉망받는 음악가로 데뷔를 마친 26세의 베토벤은 귓병으로 청력에 이상이 왔음을느낀다.
 
밤낮으로 윙윙거리는 귀는 치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기만 한다. 연주자, 작곡가, 피아노 선생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귓병을 숨겨야만 했던 베토벤. 이런 괴로운 상황에서도 잠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이 있었다. 

줄리에타 귀차르디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 베토벤. 그의 나이 31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여성은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함으로써 베토벤을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고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베토벤이 그가 죽은 후에 읽고 실행하라며 두 동생에게 쓴 편지)를 남기게 만든다. 하지만 잠시 행복했던 이 순간들이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의 탄생을 도왔으니 후세에게는 줄리에타라는 여성이 오히려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긴 겨울의 추위와 어둠을 견디고 봄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꿈틀대며 살아나는 생명력처럼 비극적 운명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랑과 행복을 꿈꿨던 베토벤. 그가 남긴 바이올린의 선율에서 베토벤이 느꼈을 행복감과 봄의 따사로움을 여러분도 느껴보길 바란다.

유튜브에서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의 해석을 비교하며 듣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젊은 이작 펄만과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연주하는 싱그러운 봄, 기돈 크레머와 마르타 아르게리히가 연주하는 유려한 봄, 정경화가 연주하는 원숙한 봄, 신지아가 연주하는 우수에 젖은 봄. 여러분이 발견하는 봄은 어떤 소리일까?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