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누워본 경험이 있다면 그때의 긴장감과 두려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수술이 잘될 수 있을까?’,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와 같은 생각이 스쳐갑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약 184만 건의 수술이시행됐다고 하니 전국에서 하루에만 5천 건 이상의 수술이 시행된 셈입니다. 의료 수준 향상과 더불어 수술 성공률이 높아지고, 여러 분야에 최소침습적 수술이 도입돼 절개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동반되는 통증도 감소했지만, 여전히 ‘수술 후 통증’은 환자들의 걱정거리입니다. 실제로 수술 후 통증을 겪는 비율은 높은 편인데, 수술받은 환자 10명 중 8명은 통증을 호소합니다. 오늘은 ‘수술 중’ 사인이 꺼진 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합니다. 수술 후 통증은 통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질병을 고치기 위해 결심한 수술이지만 간혹 수술 후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 전보다 더 괴롭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흉부에 위치한 폐, 심장, 유방 수술을 받은 환자가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고령보다는 젊은층에서, 절개 크기가 클수록 통증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수술 전 불안감이 높은 환자가 상대적으로 통증을 더 크게 느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수술 후 통증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수술을 받은 후 재입원하는 가장 흔한 원인 역시 수술 후 통증이라는 보고가 있으며, 통증으로 입원기간이 연장되면서 추가 의료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움직일 때마다 아픔을 느끼면 운동하기 쉽지 않아 재활에 방해가 됩니다. 일부 환자들은 수면 장애나 심근경색증, 뇌졸중, 호흡기계합병증을 겪기도 하며, 상처치유가 지연됨에 따라 신장이나 소화기계 기능이 떨어지기도합니다. 수술 후 통증의 장애물 과거에는 수술을 받으면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통증은 충분히 다스릴 수 있고 조절 가능합니다. 통증 조절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진통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진통제인 마약성 제제는 다른 진통제에 비해 빠르고 강력한 진통 효과를 보입니다. 일부 환자들은 의존성 및 중독에 대한 걱정으로 사용을 꺼리기도 하나, 학계 연구에 따르면 통증 조절을 위해 마약성 제제를 단기간 사용했을 때 중독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약의 용량을 늘리면 진통효과는 높아지지만 가려움증, 구역 및 구토, 변비, 소변장애, 졸림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증은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요? 우선 수술 전 편안한 마음으로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주변의 지지를 받으며 수술에 임하는 것이 걱정과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마약성 제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버리고 의료진과 논의해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부작용과 진통효과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아울러 정맥 또는 경막외 통증자가 조절장치를 사용해 통증을 조절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이에 대한 사전교육을 통해 장치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수술 후 나타난 급성통증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보다 효과적인 수술 후 통증 관리를 위해 급성통증팀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한 국내 주요 병원은 급성통증팀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으므로 관련 사항을 도움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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