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그 강도와 배경은 다르지만 체코 역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서 조국의 언어와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는 점,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공화국으로 독립(1918년)하면서 체코 독립군의 무기(권총, 기관총, 탄약 등 무기 200정)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한 독립군에게 직접 넘겼다는 점(1920년, 이 무기로 청산리전투에서 승리) 등에서 체코와 한국의 연결고리가 있다.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는 굳건한 민족주의자였다. 프라하에서 있었던 오스트리아 제국에 대한 저항운동을 지지하고 도왔으며, 그의 작품들을 통해 체코의 역사와 민족정신을 표현하려 했다. 그 대표적 작품이 바로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Ma Vlast>이다. <나의 조국>은 모두 6곡으로 구성된다. 1곡 <비셰흐라트>(프라하의 옛 성), 2곡 <블타바>(몰다우 강), 3곡 <샤르카>(체코 전설 속 여전사), 4곡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 5곡 <타보르>(체코 남쪽 도시), 6곡 <블라니크>(체코민족의 수호성인과 기사들이 잠들어 있다는 산). 체코의 신화와 역사, 아름다운 강산을 담고 있는 이 곡은 스메타나의 나이 50~55세에 완성됐다. 베토벤처럼 스메타나도 청력 이상이 생겨 귀먹은 채로 작곡을 하는데 <나의 조국>도 그런 어려움 속에서 탄생했다. 작곡가가 머릿속에 그리는 조국의 아름다움과 유구함을, 이제는 들을 수 없어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음들로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도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다. <나의 조국>의 연주시간은 약 1시간 20분이다. 전곡이부담스럽다면 2곡 <블타바 Vltava>, 일명 ‘몰다우’를 들어보길 권한다. 연주시간 13분 정도로, 블타바 강의 발원지인 두 작은 샘에서 시작된 지류(두 대의 플루트)가 만나강(바이올린)이 시작되고, 숲(호른)과 농경지(폴카 부분)를거쳐, 점점 거세지는 강물(팀파니)이 프라하의 높은 성아래를 지나며(심벌즈와 팀파니) 유유하게 멀리 흘러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 유튜브에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두 지휘자와 함께하는 연주를 추천한다. 라파엘 쿠벨릭(Rafael Kubelik)의 1991년 일본 도쿄 실황 연주(16분 36초부터)와 찰스 맥커라스(Charles Mackerras)의 2000년 수프라폰(Supraphon: 체코 음반메이커) 발매 음반이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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