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 1일 조선의 독립을 선언하고 서대문 감옥에 수감된 만해 한용운과 민족대표들에게 사형 선고가 내릴 것이라는 소문이 전해진다. 만해는 두려움으로 크게 우는 이들에게 똥통을 집어 던지며 “울기는 왜 우느냐! 나라 잃고 죽는 것이 무엇이 슬프냐! 우리가 운다면 바깥의 사람들은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라고 호통을 쳤다. 서릿발 같은 기상이지만 옥중에서 쓴 한 시에는 감회가 깊다. 十年報國劍全空 나라 위한 십년 허사가 되고 只許一身在獄中 겨우 한 몸 옥중에 눕게 되었네. 捷使不來虫語急 기쁜 소식 안 오고 벌레 울음 요란한데 數莖白髮又秋風 몇 올의 흰 머리칼 또 추풍이 일어 불교사상가, 독립운동가, 시인이었던 만해는 기다리던 기쁜소식을 듣지 못하고 1944년 서울 성북동 심우장(尋牛莊)에서 입적한다. 심우장은 지인들이 마련해 준 거처로 조선총독부를 바라볼 수 없다며 북향으로 지었다.
소년시절 이웃 포교당의 스님이 건네준 『님의 침묵』을 시작으로 만해에 심취한 전보삼 관장은1981년 심우장에 만해기념관을 개관하고 1990년에 남한산성으로 이전한다.만해기념관은 만해의 일대기, 1926년에 발행한 『님의 침묵』 초간본, 만해가 창간한 불교잡지 『유심』, 만해에게 추서된 훈장 ‘대한민국장’, 1920년 3·1독립선언서를 최초로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린 프레데릭 아서 멕켄지의 『자유를 위한 한국인의 투쟁』 등을 전시한다. 대한민국장은 화재로 소실됐으나 전 관장의 간곡한 청원과 노력으로 1982년에 재추서됐다. 전 관장은 50년 넘게 모은 만해의 자료를 교체 전시하고 매년 만해학교를 열어 만해의 정신을 알린다. 만해기념관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만해의 민족정신과 독립에 대한 염원이 담긴 특별기획전을 연다. 2월 ‘만해한용운과 옥중시 특별전’은 만해의 옥중시 서예 작품, 3월‘3·1운동과 만해 한용운 특별전’은 만해 관련 3·1운동 자료를 전시한다. 4월 ‘3·1 운동 애국지사 특별전’에서는 만해와 뜻을 같이했던 애국지사들의 유묵(遺墨) 작품을 전시해 그들의 정신을 기린다. 우리가 되새길 만해의 정신은 무엇인가? 전보삼 관장은 만해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비판한 게 아니라 일본의 침략주의와 오도된 가치를 가진 위정자들을 비판했다며 “만해의 자유와 평등, 정의는 존재가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인간은 작은 미물도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걸로 착각하는데 거기서부터 가치를 잃고 그릇된 길로 간다” 고 한다. 남한산성 만해기념관 홈페이지 www.manhae.or.kr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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