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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산타’의 행복 나누기

사제복 대신 ‘앞치마’ 두른, 안나의집 김하종 신부, 국민훈장 동백장 받아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3/22 [12:0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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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63·본명 빈첸시오 보르도)가 2월 2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제8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국민추천포상’은 각계각층에서 묵묵히 헌신·노력해온 ‘숨은 공로자’를 국민이 직접 발굴·추천해 포상하는 국민참여형 포상제도다. 김 신부는 안나의 집을 설립·운영하면서 지난 28년 동안 150만여 명 노숙인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하종 신부는 “감사하지만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부담스럽고 부끄럽다”면서 “안나의집에서 실제로 일하시는 직원, 봉사자, 후원자들을 대신해 대표로 훈장을 받은 것이다. 직원과 봉사자, 후원자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하종 신부는 이탈리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심한 난독증(難讀症)을 겪었다. 난독증이 학습장애로 이어진 탓에 열등감에 시달리기도한 그는 자신의 아픔을 통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게 됐다. 그가 봉사의 길로 들어선 계기다. 결국 사제의 길을 택한 그는 1987년 이탈리아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3년 후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오기 전,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면서 인도 시인 타고르를 알게 됐고, 아시아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간디, 공자 그리고 한국 천주교 역사를 배우면서 그는 김대건 신부에 반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김하종 신부는 1990년 한국에 오자마자 도움이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섰고, 정착한 곳이 성남이었다. 초창기에는 가난한 아이들을 도왔고, 홀몸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도 차렸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로 실내 무료급식소인 ‘안나의 집’을 만든 그는 “한국인 김하종 신부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한국에서 김대건 신부처럼 살고 싶어서 김대건 신부의 성씨인 김(본은 성남) 씨에, 하나님의 종이라는 뜻으로 ‘김하종’으로 개명해, 한국 귀화까지 실천한 이탈리아 출신 ‘푸른 눈의 사제’다.

사제복 대신 앞치마를 두른 김하종 신부는 급식메뉴 선정부터 재료 손질, 요리, 청소 등 수고스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하루 한 끼가 전부인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할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안나의집에서 저녁 배식을 끝내면 그는 또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이동 청소년 상담소인‘아.지.트(이들을 켜주는 럭)’다. 이곳에서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위로와 평안을 나눈다.

‘낮은 자의 산타’로 불리는 김하종 신부. 그는 오늘도 온정이 필요한 길 위에 서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며 말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순간 열정을 갖고열심히 하면서 나눠라, 행복은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나누면서 얻는 것이다”라고.

취재 정경숙 기자  chung09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