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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감]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을’의 마음을 ‘을’의 언어로… 창비 신인소설상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작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3/22 [11:1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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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배경인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 비전성남
 
‘판교 직장인치고 안 읽은 사람 없다’는 화제의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제21회 창비 신인 소설상’을 받은 신인소설가 장류진(33) 작가의 등단작이다. 스타트업 회사에서 있을 법한 상황이 극사실적으로 묘사되면서 SNS를 통해 삽시간에 링크가 퍼졌고, 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격한 공감을 일으키며 ‘2019 올해의 문제소설’로 선정돼 앤솔로지(주제 아래 선별된 작품으로 구성한 문집)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판교테크노밸리가 배경인 소설의 시작은 대략 이렇다.
 
중고 상품 거래 애플리케이션 회사 ‘우동마켓‘에서 일하는 ‘안나’는, 사장에게 시중보다 살짝 낮은 가격의 새 제품을 하루에도 백 개씩 앱에 도배하고 있는 아이디 ‘거북이알’을 만나 적당히 올리도록 해보라는 오더를 받는다. ‘안나’는 ‘거북이알’이올린 캡슐커피머신을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해 거래를 하게 되고 망설이다 왜 새 물건을 그리 많이 올리는지 이유를 묻게 된다.
 
‘디테일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처럼 소설은 디테일이 깨알 같았다. 컵라면 먹듯 후루룩 읽혔고, 재밌었다. 불끈거리는 호기심으로 저자인 장류진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Q 늦었지만 창비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2019년 올해의 문제소설로 선정돼 앤솔로지에 실리셨던데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소설 쓰는 걸 부모님도 모르고 계셨기 때문에 깜짝 놀라긴 하셨지만 모두들 기뻐하고 축하해주셨습니다.

Q 사회학 전공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글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대학생 때는 한 번도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졸업 후에 직장인이 되고 나서 무엇이든 쓰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고, 주말에 무언가 배워보면 어떨까 싶어 한겨레문화센터의 여러 가지 강좌를 둘러보게 됐습니다. 그 중에 ‘소설 쓰기’ 강좌를 선택해 수업을 듣게 된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Q ‘포인트로 월급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는 실제 소문이 모티브였다는데,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셨나요? 스타트업 재직 중이거나 재직을 하셨던 건가요?
스타트업에 다녀본 적은 없지만, 과거에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재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대학원 다니면서 소설을 썼고, 그 후에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제가 일하던, 그리고 앞으로 일해야 할 공간과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Q ‘조성진’과 ‘글렌 굴드’ 이야기가 나오는데 클래식 애호가신가요? 평소에는 어떤 장르의 음악을 주로 들으시나요?
클래식에 대한 지식은 많이 없지만 유명한 연주자들의 영상을 찾아보는 일을 좋아합니다. 음악 듣는 일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국내 인디밴드의 음악을 가장 자주 듣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안에 단편소설을 몇 편 더 발표할 예정입니다. 단편들이 모이면 소설집도 출간할 계획이구요. 성남시민이자 신인 소설가인 ‘장류진’을 꼭 기억해 주시고 나중에 책방에서 제 이름을 만나면 반가워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소설은 ‘스크럼’이나 ‘트렐로’, ‘조성진’과 ‘글렌굴드’ 같은 실제 존재하는 브랜드가 허구와 섞이며 기시감을 자극하고, 유머러스한 이름과 이중적인 표현을 통해 생업인 일 앞에 ‘을’로 사는 아이러니를 민첩하고 경쾌하게 그려 나간다.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을’이 ‘을’에게 보내는 자조적 덕담이 수많은 독자를 무장해제 시킨 건 아닐까?

※ <일의 기쁨과 슬픔> 전문은 계간 «창작과비평» 홈페이지 ( http://bit.ly/2RrjePd )에서 읽을 수 있다.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 장류진 작가     © 비전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