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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무릎경청이 뭔가요?”

판교도서관 시청각실서 열린 청소년의 아름다운 고백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4/09 [09:3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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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일요일의 ‘쉼’을 반납한 청소년, 학부모, 청년 멘토 등 200여 명이 판교도서관 시청각실에 모였다. 152석을 가득 채우고 계단에 방석을 깔고 앉은 청소년들의 궁금한 눈빛이 “낮은 무릎경청이 뭔가요?” 하고 멘토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 고중곤 소장과 자원봉사를 자청한 직장인과 대학생 멘토들     © 비전성남

    

‘우듬지’ 할 수 있어 연구소(이사장 고중곤)는 지난해에 이어 2019년 청소년들과의 ‘낮은 무릎경청’ 첫 캠페인을 시작됐다.

    

‘낮은 무릎경청’은 들어줌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고중곤 이사장은 영상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을 무책임하게 버리는 안타까움을 더는 바라볼 수 없다고 한다. “말없이 들어 주고, 무엇이든 들어 주고, 비밀은 지켜 주고, 서로를 토닥이며 낮은 무릎으로 다가갈 때 상대방도 ‘나’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 생명을 살리는 들어줌, 고중곤 이사장의 영상강연     © 비전성남

 

경청, HOW?

“들어 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고, 희망이 된다.”

“와! 진짜! 으흠! 정말! 아하! 그렇구나!” 삶으로, 행동으로 보여 주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닌, 온 몸으로다.

    

고중곤 이사장의 경청 언어에 귀 기울이며, 청소년들이 낮은 무릎경청을 하는 실습의 시간, 누구 하나 자리를 뜨는 청소년은 없었다.

    

묘한 마력으로 청소년들을 사로잡는 그만의 이야기는 지난날 어린이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처럼 누구든 푹 빠져들게 한다. 노숙자들까지도 말이다.

    
▲ 낮은 무릎경청, 어떻게?     © 비전성남

    

이어서 부모, 청소년들은 ‘낮은 무릎경청’ 피켓을 만들기로 했다.

‘Free Listening! 낮은 무릎경청’, ‘그저, 듣기만 할게요!!’, ‘수고했어 오늘! 무엇이든 들어 줄게’, ‘잘하고 있어, 힘내!’ 등등 영상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 피켓 만들기     © 비전성남
▲ 힘들지만 괜찮아. 잘하고 있어.     © 비전성남

 

서로 마주앉아 피켓을 바꿔들고 그동안 맘속에 있었던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냈다.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아들에게, 엄마에게, 딸에게, 아빠에게,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한결 더 가까워진 듯하다.

    
▲ 피켓 만들기     © 비전성남
▲ 아들(이수인, 중1)과 참여한 엄마(판교동)를 고중곤 이사장이 만나고 있다.     © 비전성남

 

이지민, 임채은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이다. “1365를 통해 행사에 참여했는데 지금까지 몰랐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인 이수인 학생 어머니(판교동)는 “아들과 친한 편이다. 나름 말을 잘 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만점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고 친한 것만이 잘 아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앞으로 아들의 말을 더 잘 들어 줘야겠다”고 말했다.

    
▲ 속마음을 털어놓는 안소윤, 조수빈 학생(중1)     © 비전성남

 

“괜찮아! 내가 다 들어줄 거야! 잘하고 있어, 응원해!”

안소윤, 조수빈 학생(중1)은 “한 친구가 너무 웃겨서 피곤했는데 그 친구가 바로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조수빈 친구였다”는 유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이기도 했다. 참 발랄한 청소년들이다.

   
▲ 함께 이야기를 나눌 피켓을 완성한 친구들     © 비전성남

 

12명의 청년 멘토가 청소년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도서관 밖으로 ‘들어줌’ 버스킹을 나갔다.

분당동에서 온 직장맘은 중3, 고2 딸들과 함께 경청에 참여했다.

    

‘지금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피켓을 들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응대와 끄덕임으로 나 자신의 기대치를 낮춰서 무엇이든 더 많이 들어줘야겠다는 깨달음을 안고 간다”고 했다. 

    
▲ 김요한(가운데) 멘토와 청소년들     © 비전성남
▲ 신보람(뒷줄 가운데) 멘토와 청소년들     © 비전성남
▲ 남규민(오른쪽 두번째) 멘토와 청소년들     © 비전성남

 

“시험 때문에 힘들어요.”

 

“공부하는데 일상의 반복이 힘들다”는 청소년에게 “무슨 일이든 재미를 붙여야 한다”고 조언해 주는 신보람(정자동) 멘토. 어느 날 농구를 같이하게 된 깨끼박사 고중곤 이사장을 만나게 되면서 보람 있는 청년멘토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저도 낮은 무릎경청에 참여할 수 있어요?” 하고 다가왔던 장애를 가진 한기명 청년은 지금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방송에도 출연한다.

   
▲ 지난해 성남시청에서 열린 낮은 무릎경청, 홍보대사로 임명된 한기명 청년     ©비전성남

 

장애를 딛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남을 웃긴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잘 해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9일 성남시청에서 ‘전국 낮은 무릎경청 선포식’을 하던 날,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꿈은 꾸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한기명 청년을 페이스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다.

     
▲ 생명사랑나눔 캠페인 소감문     © 비전성남
▲ 소감문     ©비전성남

 

청소년들은 소감문을 통해 하나같이 ‘낮은 무릎경청’의 영향을 받게 됐다고 썼다. 교사가 꿈인 청소년은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썼다.

    

소감문은 읽을수록 감동이다. 끝으로 고중곤 이사장은 ‘낮은 무릎경청’ 캠페인 활동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