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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 ‘평화의 소녀상’ 건립 5주기 기념식 열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우리가 해야할 일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4/11 [13:2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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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청 광장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 비전성남
 

“어제 저녁 잠을 못 잤다. 아침에 일어나 역에 나와 아침 먹고 SRT를 타고 수서에 내려 다시 성남으로 왔다. 와서 내가 감동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지, 차도 지나다니지, 성남의 소녀상은 외롭지 않아서 복 받은 것 같다.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성남시청 ‘평화의 소녀상’을 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 기념식 자리에 앉은 은수미 시장(완쪽)과 이용수 할머니   © 비전성남

 

4월 10일 성남시청 광장 ‘평화의 소녀상’ 건립 5주기 기념식이 열렸다. 대구에서 상경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와 은수미 시장은 비가 그친 성남시청 광장을 지나 소녀상 앞 자리에 앉았다.

 

권혜경 성남시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은 국민의례와 먼저 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  인사말을 하는 은수미 성남시장   © 비전성남

 

기념식에 참석한 은수미 성남시장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드리고, 좀 더 많은 것을 이뤄내고 위로하고 격려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용수 할머니께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안다. 많은 것을 했다는 것도 안다. 너무 애쓰지 마라’며 격려해 주셨다”고 했다.

  

 

은 시장은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고 서명하셨는데 ‘너도 피해자고 나도 피해자다. 모두 함께해야 할 문제’라고 하실 때 위안이 됐고 새로운 다짐이 됐다”고 했다. 또 “성남시청처럼 시민이 잘 보이는 곳에 소녀상이 있는 곳이 드물다고 할머니께서 칭찬해 주셨다”고  전했다.

 

박문석 성남시의회 의장은 “우리나라를 일본에 강제로 빼앗기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고초를 겪으셨다. 존엄한 인격이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먼 길을 왔지만, 92세 연세에도 열정이 느껴질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 대구에서 올라와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어르신     © 비전성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시청에 와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롭게 소녀상을 세워 주셔서 감사하다. 지금 제가 나이 92세다.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저는 만 14살에 자다가 끌려갔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대만 신주에 있는 가미가제(일본군) 특공대로 끌려갔습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울분을 삭이고 조용히 말씀을 이어갔다. “폭탄이 빗발치는 데서도 죽은 사람은 죽고, 죽음을 무릅쓰고 제가 살아나왔지 않습니까. 한국에도 숨어서 돌아왔습니다. 28년을 일본대사관 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진상규명과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죄는 지은 대로 가고 공은 닦은 대로 간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한 열심히 활동해서 일본에게 사죄를 받아내야 합니다. 제가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끝내야 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할머니는 단호하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 소녀상지킴이 류재순 대표     © 비전성남

 

소녀상지킴이 류재순 대표는 2014년 4월 15일 소녀상의 머리카락 한 올, 옷자락 한 자락에도  할머니들의 혼과 마음을 담아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음을 설명했다.

    

이어서 이영순 무용수의 살풀이와 가수 성국의 ‘소녀와 꽃’ 헌정 공연이 펼쳐지면서 더 숙연한 분위기가 됐다. 성남의 가수 성국 씨가 가슴 절절한 헌정곡으로 ‘소녀와 꽃’을 바쳤다.

 
▲ 가수 성국의 헌정 공연     © 비전성남

 

나른한 오후의 햇살은

추운 겨울아 잘 가라 웃고

쉴 곳 없는 봄바람은

나뭇가지에 부딪쳐 운다.

꿈 많았던 어린소녀는

가시밭길 지나 먼 곳으로

꽃이 피고 지듯

한줌의 봄꽃이 되어

기억되리니

꽃 피리라

날 잊지 말아요

날 잊지 말아요

계절이 바뀌고 꽃이 진다하여도

날 잊지 말아요.

 
▲     © 비전성남

 

우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으로 현재 21명이 생존해 있다.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하며 은수미 시장과 이용수 할머니, 참석자들은 소녀상에 헌화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을 어루만지면서 “고마워해야 한다”며 한이 서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  헌화하는 참가자들   © 비전성남

 

기념식이 끝나고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류재순 대표를 다시 만났다. “시작할 때는 몇 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제는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킴이들의 활동이라는 결심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지킴이들이 소녀상과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  기념식 참가자들과    © 비전성남
▲  기념식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비전성남

 

시민들에게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전해 주고 소녀상 건립의 의미를 알려 주는 것이 지킴이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류 대표는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소녀상 지킴이들이 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는 결심을 밝혔다.

    

성남시청 평화의 소녀상은 두 주먹을 꼭 쥐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