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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독서와 서평쓰기

서현도서관, 도서관주간 문화강좌 열어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4/15 [09:3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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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일요일 오후 2시 성남시 서현도서관에서 도서관주간(4.8~4.18) 행사의 일환으로 ‘청소년을 위한 독서와 서평쓰기’ 문화강좌가 열렸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강좌는 ‘공감’을 주제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 고은영 강사의 ‘청소년을 위한 독서와 서평쓰기’     © 비전성남
▲ 강좌 시작 전 생각을 여는 시 한 편 <비스듬히>     © 비전성남

    

강좌를 진행한 고은영 강사는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해오름 논술 아카데미, 성남시  소재 주요 도서관, 경기도립 주요 교육도서관 등에서 논술지도 및 독서토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논술전문지 <월간 배워서 남주자>의 고정 필진이며 올해 공동저자로 《청소년 진로 독서 인문학》을 출판한 고 강사는 청소년 독서 지도 관련 전문가다.

    
▲ 《가든파티》, 캐서린 맨스필드 작     © 비전성남

    

이날 열린 강좌에서는 뉴질랜드 태생의 영국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소설 《가든파티》 (1922)를 읽은 후 토론과 한 줄 서평쓰기가 진행됐다. 강좌 말미에는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팁으로 주장글쓰기와 논술문 작성 요령 등도 간략하게 이야기됐다.

    

‘공감’에 대한 질문을 던진 《가든파티》

    

‘나와 관계없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는 소설 《가든파티》는 서로 다른 수준의 공감능력을 지닌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다. 성대한 가든파티를 앞두고 이웃동네 가난한 마부의 죽음을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소설 속 인물들의 상반된 생각     © 비전성남

    

파티를 열 것인가, 말 것인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파티 준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초대 손님들에게 파티 취소를 알릴 수 없어서, 이미 다 준비된 파티를 취소하는 게 번거로워서, 그들의 슬픔은 이해하지만 다른 신분의 사람들이기에... 토론에 참가한 학생들 중 파티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의 이유다.

    

반면, 내 가족의 죽음일 경우 옆집에서 파티를 한다면 싫을 것 같아서, 안 그래도 슬픈데 더 비참해질 테니까, 이웃 사람이 죽었는데 파티를 하면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 죽음은 한 번이지만 파티는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까 등의 이유로 파티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던진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의 토론 과정에서 파티 개최 반대 의견이 찬성으로 변하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가 나오기도 했다. 찬반 의견을 내지만 생각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토론 중간 중간 고은영 강사의 질문이 던져졌다. 생각의 확장과 더 깊은 사고를 위한 질문들이다.

    

불꽃놀이를 중단해야 할까

    

고은영 강사는 2014년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를 예로 들며 그 당시 용인에서 계획된 불꽃놀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불꽃놀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의 학생 측은, 사망자 수가 적지 않아 뉴스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불꽃놀이 행사를 하는 건 옳지 않다, 사고 소식을 듣고 스스로 행사 참석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불꽃놀이가 소용없으니까 등의 이유를 들었다.

    

불꽃놀이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 측은, 어느 순간에도 사망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모든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내전이 있는 나라와 이웃한 나라에서 모든 행사를 중단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리 가족 중 판교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는데 용인시 불꽃놀이를 보게 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한 학생이 “짜증난다”고 답하자 고 강사는 “당시 용인시 많은 사람들이 불꽃놀이 행사에 항의했다”고 설명하며 이런 질문들엔 정답이 없기에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 줄 서평쓰기     © 비전성남

    

한 줄 서평쓰기

    

소설 속 여러 쟁점들에 관해 의미 있는 토론을 가진 후 ‘내 생각을 담은 한 줄 서평쓰기’ 시간을 가졌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예의가 파티보다 더 중요해지도록 노력하자!’, ‘주변 사람들이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마음을 갖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로라는 조금 더 냉철해지고, 엄마와 언니는 조금 더 이상적이 돼야 한다’….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학생들의 서평이다.

    
▲ 서평쓰기에 집중하는 학생     © 비전성남

    

강연 후, 아직은 미성숙한 생각을 지닌 학생들을 토론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올바른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는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를 주려고 한다”며 “청소년들이 독서토론을 통해 가치관을 만드는 단서를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싶다. 답은 본인이 찾아 나갈 것이다. 언젠가는 스스로 깨치는 시점이 오리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 논술문 기본 구조     © 비전성남

    

논술문 기본 구조 & 작성 요령

    

강좌 말미에 나온 논술문의 기본 구조와 논술문을 잘 쓰기 위한 간략한 팁은 다음과 같다.

    

논술문은 주장-근거-반론-재반론의 기본 구조를 지닌다. 주장이 글 앞에 나와 내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것이 좋으며, 주장의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예상되는 반론과 그에 대한 재반론을 통해 내 주장의 약점을 변호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 논술문 기본 구조로 작성된 글의 예     © 비전성남
▲ 논술문을 잘 쓰려면     © 비전성남

    

논술문을 잘 쓰려면 명확한 주장, 단문, 짧고 명료한 표현, 여러 해석이 가능한 비유적 표현 회피하기, 불필요한 수식어와 외국어, 비속어 사용 금지, 청유형과 의문형 삼가기, 글쓰기 전 개요 짜기, 바른 글씨, 원고지 사용법 익히기 등의 요령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이 전하는 주요 내용과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파악해 나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상대방에게 전하는 과정은 훈련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의 독서토론은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필요한 수업이다.

    

이번 강좌로 독서토론에 첫발을 디딘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찾을 때까지 지속적인 독서토론 기회가 주어지길, 그리고 공공도서관이 그 역할을 하는 기관이 되길 기대해 본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