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살랑거리는 봄마다 율동공원 책테마파크에는 문학아카데미가 개설된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설과 수필, 시를 공부하는 문우(文友)로 만나는 자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낭보가 날아왔다. 문학아카데미에서 공부한 이정순(61) 씨가 [2019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에 소설 <대리인>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이었다.
Q. 우선 <2019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직장인 신춘문예는 당선의 영광도 있지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는 귀한 흔적 같아서 제게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Q. 책테마파크 문학아카데미는 어떻게 알고 참가하게 되셨나요? 글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셨나요? 어느 날 지인이 현직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신 박덕규 교수님 소설 강좌가 책테마파크에서 열리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소설 작법을 공부 중이었던 터라 주저하지 않고 등록했습니다. 아카데미 때문에 수필과 소설 전반에 관한 이론과 창작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습작품의 합평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깨우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당근과 채찍으로 지도해 주신 교수님의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Q. 당선작인 소설 <대리인>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리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의 공평, 정의 위에 군림하는 돈의 위력과 힘 앞에 절망하는 법률대리인의 애환을, 법조타운 수족관 속 멈추지 못하는 백상아리의 운명과 병치시켜 소설적으로 형상화시킨 작품입니다. 설정은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법률사무원으로 일했던 저의 직· 간접적인 체험이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Q. 이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모티브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습작을 해도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절친 박금아 수필가가 그러더군요. 지금하고 있는 일에서 만나는 수많은 의뢰인들과, 부딪히며 살아 온 제 주변 이야기를 써보라고. 체험한 일이 바탕이 되자, 의외로 글이 술술 써졌습니다. 물론 처음엔 엉성해서 박 교수님께 합평으로 호되게 깨지기도 했지만, 잘 퇴고하고 고쳐서 얼굴이 되게 만들라는 격려가 여기까지 온 힘이 되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글을 쓰시게 됐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시화전에서 <파문>이라는 문집을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오래 전부터 시인이나 책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작은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나 봐요. 그날의 물결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여기까지 온 건 아닐까, 운명이라는 생각도 살짝 듭니다. Q. 앞으로 계획은 어떠한가요? 오정희나 박완서처럼 깊고 여운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아무리 픽션이라도 작가는 세상을 정화시키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 이슈인 별장 성범죄 사건이나 버닝썬 사건을 소설화해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일부러 제 소설에 여운을 남긴 것도 연작시리즈로 법률소설을 쓰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 꿈이기도 하구요.
15년간 재직한 법률사무원 은퇴를 준비하고 소설을 공부하면서, 이정순 씨는 인생의 페이지를 새롭게 쓰고 있다.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2016년부터 작은 출판사를 열어 현재는 편집주간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미국 멤피스 주립대 종신교수가 된 안상남 선생의 저서도 책테마파크 문학아카데미에서 같이 공부한 인연으로 발간했다.
마지막으로 이정순 씨는 “소설은 제게 큰 행복이자 황홀한 지옥입니다. 도움 주신 많은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정진해,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성남문화재단 책테마파크 031-708-3588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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