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한마음복지관에서는 4월 16일(화)부터 4월 19일(금)까지 장애인의 날 기념 주간행사가 한창이다. 특히 16일부터 3회 열리는 ‘발달장애인 알아가기’ 포럼은 다른 지역의 사회복지기관 종사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8일, 마지막 포럼의 주제는 ‘발달장애인의 성’. 성남시립장애전문한마음어린이집 황보정희 원장이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특성, 관련 사례 등 사회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학문적인 내용만이 아닌, 실생활에서 적용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의 사례들이 많아서 더욱 유용했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성인식 개선이 많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학교에서 “성폭력을 막으려면 체력을 단련하라”는 황당한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성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성은 사회적인 문제다. 만일 성을 개인의 문제로 본다면 자기를 지키지 못하는, 방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폭력을 당하는 것도 피해자의 탓이 된다. 이렇게 되면 발달장애인은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성폭력은 아동, 장애인, 여성 등 최고의 약자를 겨냥한다. 이를 사회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이렇게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할 때 성폭력을 용기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황보 원장은 자기 방어를 키우려고 성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성범죄자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은 후 성폭력을 가하고, 피해자를 통제하는 ‘그루밍’이라는 용어도 발달장애인 때문에 쓰게 됐다고 할 정도로 발달장애인 대상 그루밍 성범죄가 빈번하다. 지적 장애인, 지적 장애를 동반한 중증 장애인의 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인의 성교육처럼 연령에 맞는 성지식과 가치관, 태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공공장소와 사적 장소, 사회적 관계를 중심으로 교육하며, 또한 그에 맞는 행동과 말의 교육으로 성폭력 피해 예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동기에는 나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남녀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솔직히 교육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싫은 상황, 장소 등도 솔직히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도록 알려 준다. 아동기뿐 아니라 청소년기, 비장애인 모두에게 유용한 성교육 그림책도 소개했다. 황보 원장은 장애인 아동의 성교육 시간이면 벽지(일반 종이에 비해 넓다)를 깔고 자기 몸을 그린 후 신체의 명칭, 생식기의 명칭도 정확히 쓰도록 교육한다. 자기 몸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여성·남성으로서의 변화를 알고 수용하게끔 월경과 배란, 사정과 자위, 임신과 낙태 등에 대해서도 가르친다. 청소년후기에는 성교와 피임, 출산과 자녀양육 등에 중점을 둔다.
가끔 아이들이 와서 장애인이 뭐냐고 물어볼 때도 있다고 전한다. 그럴 때면 “나는 할머니가 아닌데 눈이 안 보여. 말하고 싶은데 말이 잘 안 나와. 이런 경우 나의 이름은 장애인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장애인이구나, 도와줘야겠다 하면서 장애인이라고 부른단다”라고 말하는 황보 원장. 서울의 반포종합사회복지관 손계빈 사회복지사는 “신입사회복지사여서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강의에서 성교육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성교육 하는 사람은 본인의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실천할지 전체적 관점을 알 수 있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황보 원장은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은 성적인 발달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장애인도 성적인 발달을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발달이 좀 늦을 뿐이다. 또 가정을 갖게 되면 출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 왜 출산을 하지?’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문제라는 것, 장애인이 아기를 양육하려면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장애인의 출산과 양육에 따른 복지서비스와 바우처 등은 없다는 문제 등도 짚었다. 이후 부모의 장애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성장하는 자녀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장애 부부의 자녀를 위한 복지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는 참석자들도 많았다.
강연 말미, 황보 원장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장애인 복지는 그 가족 모두를 살리는 복지입니다. 저는 제가 장애인의 성과 복지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참 기쁩니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소중한 것이지요.”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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