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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나폴나폴~ 팔랑팔랑~ 나비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4/23 [16:5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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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습지생태원     © 비전성남

 

▲봄형수컷 꼬리명주나비(사진제공 길동생태공원 안홍균)     © 비전성남

 
5월 봄은 나비와 꽃의 계절이다. 나비는 꽃 사이를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꽃은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 꽃가루를 동원해 나비의 방문을 온몸으로 반긴다. 꽃이 나비에게 꿀도 준비해 주고 쉼터도 돼 주며 극진한 대접을 하는 까닭은 나비가 꽃이 열매 맺는 것을 도와 주기 때문이다.
 
나비는 연약해 보이지만 더듬이가 있고 가만히 있는 꽃을 찾아다니므로 능동적 남성으로 비유돼 여성으로 비유되는 꽃과 함께 그림, 자수, 도자기, 목공예 등에 자주 등장한다. 남녀화합, 기쁨과 행복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 철학자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돼 온갖 꽃의 꿀을 빨아먹으며 행복을 맛봤다는 데서 연유한다.

나비와 고양이를 함께 그린 그림은 모질도(耄耊圖)라 하는데 중국어로 ‘고양이 묘(猫)’자는 70세를 뜻하는 ‘모(耄)’자와 발음이 같고, ‘나비접(蝶)’은 80세 노인을 뜻하는‘질(耊)’자와 같아 모질도는 ‘오래 삶’을 상징하게 됐다.

나비는 전 세계적으로 2만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일제시대엔우리 나비이름 대부분에 일본이름이 쓰였는데 해방 이후 석주명 박사의 노력으로 우리 나비는 새로운 우리 이름을 갖게 됐다.
 
석주명 박사는 크기에 따라 왕자팔랑나비, 왕팔랑나비대왕팔랑나비로 이름을 지었다. 또한 색깔을 중요하게 여겼고(예 :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작은주홍부전나비), 생김새로도 이름을 지었는데 날개무늬가 호랑이 가죽처럼 생기면 표범나비로, 제비처럼 재빠르고 까맣게 보이면 제비나비라는 이름을 지었다.

우리 삶과 밀접한 생활용품을 가지고도 이름을 지었는데, 모시나비·꼬리명주나비는 날개색이나 무늬가 모시나 명주와 닮았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수풀떠들썩팔랑나비같이 수선스럽게 날아다니는 종류를 보고 ‘떠들썩’이라고 붙인 경우도 있다. 우리 나비 이름 속에 색깔과 생김새, 행동, 사는 장소나 지역 등이 정스럽게 담겨 있다.

성남의 남한산성에서는 5월 중순 이후부터 6월 중순까지 쌍꼬리부전나비를 잠깐 볼 수 있다. 알을 깨고 나온 쌍꼬리부전나비 애벌레는 환각물질을 내뿜어 마쓰무라 꼬리치레개미가 쌍꼬리부전나비 애벌레를 돌보도록 한다. 그러다 밤이 되면 쌍꼬리부전나비는 개미의 알이나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독특한 습성을 가진 쌍꼬리부전나비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지구온난화로 소나무숲이 줄면서 소나무 밑둥에 사는 마쓰무라 꼬리치레개미가 같이 위기를 맞고 있기 떄문이다. 
 
겨울을 번데기 상태로 보내는 나비는 날씨가 추워 눈이 녹지 않아야 적절한 습기를 유지해 번데기 생존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지난 겨울은 유난히 따뜻해 건조한 상태여서 나비 번데기가 많이 죽었다고 한다. 이상기후는 나비에게도 영향을 준 것이다.

성남에서는 사라져가는 나비 복원을 위한 도심 자연생태환경 개선을 위해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정구 태평동 7033-1번지 일원 탄천습지생태원에 나비서식처를조성해 관리 중이다.
 
탄천에서 5월 중순 이후 볼 수 있었던 꼬리명주나비와 큰주홍부전나비를 올해도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