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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성남- 물 속의 선비 잉어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07/22 [15:0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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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탄생이 물에서 시작했던 까닭인지 예부터 물고기는 생명력과 건강을 상징해왔다. 우리 조상들은 가구들의 자물통을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는 물고기가 24시간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귀한 물건을 잘 지킬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물고기는 여기서 재물을 훔쳐가지 못하게 하는 감시자를 상징했다.

동양의 그림 속에선 종류를 알 수 없는 물고기를 많이 그렸는데 여기서 물고기는 넉넉함을 상징했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으므로 그런 물고기처럼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란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탄천 속을 들여다보면 물고기들이 시원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절로 부러워하게 된다. 재빨리 몸을 숨기고 피해버리는 작은 물고기들과 대조적으로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잉어는 몸길이 50센티미터 안팎의 크기로, 강이나 호수의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다. 잉어는 본래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중국대륙을 거쳐 약 5천 년 전에 우리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추측되는 잡식성 어류다.

잉어가 유럽으로 전파된 것은 11~13세기, 십자군으로 예루살렘에 출정한 유럽의 병사들이 기념으로 가지고 간 것이 유럽 전역으로 흩어졌다고 한다. 미국에는 1830년 로빈슨 크루소라는 외항선 선장이 잉어를 갖다가 집 연못에서 길렀는데 너무 번식이 잘 돼서 그 일부를 허드슨강에 방류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방류한 잉어가 자라고 번식해서 강변에 나와 아무거나 마구 먹는 것을 본 미국인들은, 동양에서 온 물고기가 강에서오물을 마구 집어먹기 때문에 불결한 물고기라고 해 잉어를 멸시하고 박해까지 했다는 얘기가 기록으로 전해진다.

5~6월에 알을 낳는 잉어는 무려 오십만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을 쏟아낸다. 또한 잉어는 거센 물살을 헤치고 거슬러 올라가는 힘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멸시받던 서양에서와 달리 동양에서 잉어는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잉어가 펄쩍뛰어 위로 올라가면서 용으로 변하는 그림을 ‘어변성룡’이라 한다. 옛날에 중국
황하 상류의 용문을 뛰어오른 잉어가 용이 됐다는 등용문 전설에 바탕을 둔 것으로, 과거에 장원 급제해 높은 벼슬자리를 얻고 올라가는 것을 상징했다.

잉어는 유교에서 말하는 덕 중의 하나인 효도와도 연결돼 있다. <오륜행실도>라는 책을 보면 효자가 하늘의 도움으로 겨울에 잉어를 구해 병든 어머니에게 드린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잉어는 효도의 상징이다. 일본에서는 남자 아이를 출산하면 5월 단오절에 ‘고이노리보리’라는 창호지나 천으로 만든 커다란 잉어 기구를 지붕 위에 띄워 놓고 아들의 출세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한편 일부 문중에서는 잉어를 먹지 않는데 파평윤씨는 잉어가 위기에 처한 윤관장군에게 도움을 준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잉어를 먹지 않는다. 평산 신씨는 잉어의 뱃속에서 신립(申砬) 장군의 금(金) 동곳을 발견하고 조상의 살을 먹은 고기라 하여 꺼린다고 한다.

인류가 양식한 가장 오랜 물고기가 또한 잉어라 하니 인간과 맺어온 인연이 길고 참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생물인 듯하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