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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국화, 가을을 품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9/24 [14:1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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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는 초롱꽃목 국화과의 쌍떡잎식물로 중국, 한국 등이 원산지다. 추위에 아주 강해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한 여러해살이 화초다. 낮의 길이가 12시간 이하 상태에서 꽃눈 분화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국화는 삶의 품격을 생각하게 하는 꽃으로 군자에 비유했다. 둥근 꽃송이가 높이 달린 것은 하늘을 본받은 것이고, 잡티 없이 순수한 황색은 땅의 색이다. 일찍 심어 늦게 꽃이 달리는 것은 군자의 덕이고, 찬 서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것은 굳세고 곧은 기상을 드러낸 것이다. 술잔에 가볍게 떠 있는 것은 신선의 음식이라는 것이다. 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여름에 피지 않고 날씨가 차가워진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서 홀로 피는 국화를 보며 선인들은 고고한 기품을 지닌 군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국화는 육조시대(六朝時代) 전원시인으로 유명한 도연명에 의해 지조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그는 자기의 뜻을 조금이라도 굽혀야 하는 관직 생활을 참지 못해 3개월도 못 돼 사직하고 돌아오며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집에 와 보니 폐허가 된 골목에 소나무와 국화가 그대로 있음을 반겼다고 표현했다. 국화는 의(義)를 지켜 꺾이지 않는 선비정신과 동일시돼 은일화(隱逸花)라 불리며 속세를 떠나 숨어 사는 은자(隱者)로 비유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제 16대 진사왕(辰斯王․385-392년) 때 5가지(靑․黃․白․赤․黑) 국화 종자를 일본에 전해줬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국화는 일본 황실을 대표하는 꽃이 됐다. 일본 황실의 문장에 국화가 들어가며, 현 일본경찰과 구 일본군의 상징 역시 국화를 바탕으로 한다.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 문화를 분석해 쓴 유명한 책 『국화와 칼』의 제목은 여기서 비롯됐다.
 
조선시대에는 꽤 비싼 값에 팔렸던 모양인지, 정약용이 유배 중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에 국화꽃 한 이랑의 양만 팔아도 몇 달치 식량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구절이 있다. 퇴계 이황은 푸른 물가 벼랑에 핀 야국(野菊)을 보고 아예 이곳으로 집을 옮기고 싶다고 했다. 추사 김정희는 국화가 비바람 속에서 시인에게 자태를 보여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노라며 ‘꽃 중의 으뜸’이라 했다.

예로부터 음력 9월 9일 중양절엔 국화주를 즐겨 마셨다. 국화주를 마시면 장수를 누리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신구대식물원에서는 9월 18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화를 소개하는 전시 ‘가을은 국화 향기를 타고’가 열린다. 들국화(9.18~10.4), 단양쑥부쟁이(9.18~10.4), 해국(9.25~10.4), 국화 분재(10.23~11.8) 순으로 다양한 국화과 꽃을 만날 수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다양한 국화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도 느끼고, 향기 그윽한 국화차 한 잔 하는 것도 행복한 가을 보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