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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못생긴 과일, 모과의 반전매력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9/29 [10:19]

 

 

가을이 되면 나뭇잎만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색깔을 띤 열매들이 무르익어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그중 키 큰 나뭇가지에 매달려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 또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것 중 하나다.

 

모과(木瓜)는 장미목 장미과 식물 모과나무의 열매다. 과(瓜)가 오이나 참외를 뜻하니 나무에 달리는 참외라는 뜻이다.

 

옛날에 스님이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데 반쯤 가니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달려들 것처럼 독을 쏘고 있었다. 스님은 오도가도 못하고 관세음보살을 외며 기도를 드렸다. 그때 모과 하나가 뱀 머리에 툭 떨어지는 바람에 뱀이 다리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고 그 뒤 모과는 성인을 보호해 준 열매, 호성과(護成果)로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모과는 ‘3번 놀라는 과일’로 표현된다. 꽃은 아름다운데 열매는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에 비해 딱딱하고 시고 맛이 없어서 놀란다는 것이다.

 

울퉁불퉁 못생겨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의 주인공인 모과는 마음씨가 모과나무처럼 뒤틀리고 심술궂은 사람을 표현하는 ‘모과나무 심사’란 관용어구에도 등장한다. 사실 모과로선 억울한 면이 많다.

 

모과는 생긴 것과는 달리 뛰어난 향을 지닌 과실이며 사포닌, 비타민C, 사과산, 구연산 등이 풍부해 한약재로도 효능이 뛰어나다. 모과는 음식으로도 변신가능하다. 모과숙, 모과정과, 모과죽, 모과편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모과나무 목재는 색깔이 붉고 고우며 단단하고 광택이 나서 고급가구재로 꼽힌다. 인도 남부 등에서 나는 자단(紫檀)으로 만든 장롱이 화류장(樺榴欌)인데, 조선시대에는 이런 고급 수입목이 귀했기 때문에 모과나무 목재로 만든 것도 같은 이름으로 불렸다.

 

모과나무의 고향은 중국인데 중국 사람들은 ‘살구는 한 가지 이익이 있고, 배는 두 가지 이익이 있지만 모과는 100가지 이익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는 친구나 애인 사이에 사랑과 우정의 징표로 모과를 주고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경상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교목이 모과나무라고 한다. 모과가 첫서리가 내려도 꿋꿋이 견뎌 좋은 향기를 지니듯, 학생들도 모과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각자의 향기를 가진 쓸모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기원이 담긴 듯하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잎을 모두 떨구고 나면 모과나무는 독특한 수피로 인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모과나무가 오래되면서 나무껍질이 벗겨져 수피는 갈색과 녹색의 얼룩무늬를 이루고 있다. 가지가 가시처럼 변하는 것도 모과나무의 특징이다.

 

공원과 아파트 화단 등 성남의 곳곳에서도 모과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노란 모과를 보면서 행복한 가을을 느끼고, 사람들이 대접한 이상으로 우리에게 보답하는 모과나무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