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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제3회 첼로 전시회’를 다녀오다

10월 8일~11월 8일 진행돼… 신재현 관장과의 인터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0/10 [16:3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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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 유일무이한 음악박물관인 오르페오 음악박물관’(분당구 미금일로 75)이 흥미로운 악기 전시회를 열었다는 소식에 그 현장을 찾았다.

 

▲ 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제3회 첼로 전시회’ 포스터

 

성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구미도서관 건너편 단지에 위치한 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이 주관하는 3회 첼로 전시회108()부터 118(), 한 달 동안 진행 중이다.

 

바로크부터 현대 첼로까지, 어디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첼로를 만날 수 있는 귀한 전시회다.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을 운영하는 신재현 관장을 만나 이번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의 신재현 관장

 

Q. 안녕하세요, 신재현 관장님. 우선, 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은 유럽의 르네상스·바로크·낭만 시대의 희귀한 악기들과 음악 교육 자료, 서적, 고악보들을 보유·전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음악 전반에 관해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든, 하지만 중요한 자료 수집을 목표로, 외국자료뿐만 아니라 국내 유명 가곡 작곡가와 동요 작곡가들의 악보와 자료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이런 수집을 시작하셨나요?

A. 벌써 22년 정도 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악기와 음악 교육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궁금해하실 듯한데요. 악기박물관이 아니라 음악박물관인가요?

A. 악기뿐 아니라 음악을 담은 악보, 그 음악을 대대로 전달하는 교육 자료, 음악과 관계된 그림, 그리고 예술가들의 삶을 담은 서적까지, 이 모든 것들이 모여야 진정한 음악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악기 수집을 시작으로, 음악 교육 자료, 그리고 4, 5년 전부터는 악보 수집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성남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세계전시 악기관이나 타 지역 악기도서관들과의 차별점이 있습니다.

 

Q. 이번 첼로 전시회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A. 2018년 제1, 2019년 제2, 그리고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멈췄다가 올해 제3회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코로나19로 무료하고 무기력해진 시민과 예술인들을 위해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하루에 받는 인원을 제안하는 대신 전시회 기간을 길게 잡고 사전 예약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다른 악기들도 많이 보유하고 계신데, 특별히 첼로만 따로 전시회를 여는 이유가 있나요?

A. 다른 특정 악기들은 시대별로 진열돼 상시 전시되고 있습니다. 첼로는 악기 특성상 상시 전시가 어려워서 보통 때는 수장고에 보관했다가 1년 중 첼로 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나는 가을에 특별히 전시하고 있습니다.


▲ 음악박물관 내 첼로 전시 모습

 

Q. 모두 몇 대의 첼로가 전시되나요?

A. 40여 대 됩니다. 한꺼번에 다 전시할 공간이 되지 않아서 첼로 역사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지닌 악기들을 먼저 전시하고 다른 첼로들을 전시할 때는 수장고 안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악기들을 교차 전시하고 있습니다.


▲ 음악박물관 내 무대 위에 놓인 시대별 첼로들

▲ 무대 아래 양쪽으로 나라별 첼로가 늘어서 있다.

 

Q. 전시회에서 소개하는 첼로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A. 1600년경에 만들어진, 첼로 이전 악기부터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 첼로까지, 시대별로 또 각 나라별로 수집한 첼로들이 전시됩니다.


▲ 7현 비올라 다 감바. 독일, 영국에서는 6현을, 프랑스에서는 7현 비올라 다 감바를 주로 사용했다. 1500년대 말 프랑스 비올라 다 감바를 복원해 2006년에 만들어진 악기다. 앞판과 뒤판이 첼로보다 얇게 제작돼 오랜 기간 남아 있기 힘든 악기, 비올라 다 감바. 과거 모델을 재현한 현대 복원 악기 전시의 이유다. 

▲ 비올라 다 감바의 헤드 부분. 여신, 연인, 세례 요한 등의 얼굴이 조각됐다. 르네상스 시대는 미술과 음악이 결합된 형태의 악기들을 많이 제작했다. 악기의 헤드만으로도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비올라 다 감바는 활을 잡는 방식도 다르다. 활 위로 손등이 보이게 활을 잡는 첼로와 달리, 손바닥이 보이게 손을 눕혀서 활을 잡는 비올라 다 감바

 

Q. 전시장에 나온 첼로가 꽤 많은데 어떻게 감상하면 될까요?

A. 보통 전면 무대에 놓인 첼로들이 시대 악기들이고, 그 외에는 나라별로 구분해 감상하시면 좋습니다. 나라별로 악기 특징이 다른데, 음색과 악기 색깔로도 차이가 납니다.


▲ 바로크 첼로

▲ 바로크 첼로의 특징인 불룩하게 튀어나온 앞뒤 판. 첼로 내의 공간에 더 많이 머무는 소리로 인해 현대 첼로보다 작은 음량과 부드러운 음색을 갖는다.

▲ 악기 뒤판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보인다. 오른쪽이 바로크 첼로

 

Q. 나라별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현악기의 고향인 이탈리아 악기는 화려하고 밝으며 경쾌한 음색을 지녔다면, 가장 대중적이면서 많은 양이 생산되는 독일 악기는 차분하고 내면적인 음색을 지닙니다.

진중한 음색의 독일 악기는 색깔도 조금 짙은 경향이 있고요, 이탈리아 악기는 붉은 노을을, 프랑스 악기는 와인의 색깔을, 영국 악기는 초기 이탈리아 브레시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약간 노란 황금색을 표현합니다.


▲ 마테오 고프릴러 18세기 이탈리아 악기 앞과 뒤. 첼로계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한다.(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제공 사진)

 

▲ 마테오 고프릴러 18세기 이탈리아 악기 앞과 뒤. 첼로계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한다.(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제공 사진)

▲ 와인 빛을 지닌 프랑스 첼로(오른쪽)

▲ 두 판을 붙인 것과 통판을 사용한 경우. 통판 악기가 더 강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 두 판을 붙인 것과 통판을 사용한 경우. 통판 악기가 더 강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같은 동구권 악기들도 있습니다.

 

Q. 특별히 의미가 있는 첼로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현대 첼로로 발전하기까지 첼로의 시작을 싹틔운 씨앗과 같은 악기가 있는데요, ‘바이올린베이스라는 악기입니다. 바이올린처럼 생겼지만 첼로보다 크고 더블베이스보다는 작죠. 첼로가 나오기 이전의 악기로,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세 대가 있고 우리나라에 한 대밖에 없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희귀한 악기입니다.


▲ 무대 위에 전시된 시대 악기들 중 뒤편 맨 오른쪽이 바이올린베이스. 바이올린의 형태와 라인을 지녔지만 크기는 첼로보다도 크다. 이탈리아 브레시안 지방에서 만들어진 악기 형태로 통주저음을 담당하던 악기다. 

 

Q. 바이올린베이스가 첼로의 조상인 셈이로군요.

A. . 그렇기 때문에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꼭 이 바이올린베이스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굉장한 의미가 있는 악기죠.


Q. 이번 첼로 전시회 기간 중에 첼로 연주회도 기획하셨던데 소개해 주세요.

A. 첼로 독주·합주·마스터클래스·학생 연주까지 6개의 프로그램이 전시회 기간 동안 진행됩니다. 이번에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두 가지 의미를 담았는데요, 실력 있는 연주자들을 발굴해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취지가 하나, 클래식 음악이 시민들 삶에 안정감을 주는 베이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른 하나입니다.

 

Q. 일반 연주회에서 보기 힘든 첼로 6중주도 있던데요.

A. 오르페오 첼로 앙상블 단원들의 연주로, 6대의 첼로가 영화음악 같은 대중에게 친근한 곡들을 연주합니다. 이번 연주회 동안 오르페오 음악박물관 소장 악기들 소리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에는 그 밖에도, 이탈리아 현악기 제작 콩쿨인 뜨리엔날레에서 파이널 영예상을 수상한 한국인 악기제작가 임동필 씨가 만든 첼로, 다양한 디자인의 세계 첼로 케이스와 첼로 엔드핀(연주 시 첼로 몸통을 받치는 핀), 그리고 신 관장이 헝가리 유학 중 사용했던 첼로도 전시 중이다.


▲ 임동필 악기제작가가 만든 첼로

▲ 다양한 나라의 첼로 케이스들

▲ 1800년대 영국에서 만들어진 첼로 케이스

▲ 다양한 엔드핀들

▲ 헝가리 유학 중 신 관장이 사용한 첼로

 

첼로는 가장 넓은 음역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 말로 인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첼로는 사이즈가 사람 몸과 같고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깝다고 합니다.”

 

신 관장의 설명처럼 가장 인간적인 악기인 첼로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절 가을이다.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만큼 고운 색을 지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첼로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러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에 전시된 서성근 작가의 작품. 석채(돌가루)에 오방색을 넣어 첼로 뒤판에 그림을 그렸다. 그 오른쪽에는 첼로 부속품들이, 왼쪽에는 제작 도구들이 놓여 있다.

 

오르페오 음악박물관 Orfeo Museum

관람문의 031-714-9767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