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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전'을 보고 나와서였을까

매력 있다. 끌린다. 궁금하다. 그곳, 운중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2/23 [18:1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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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중저수지     ©비전성남

 

▲ 운중저수지에서 놀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비전성남

 

▲ 조선왕조실록     ©비전성남

 

도시의 건축물에는 상징성이 있다. 어떤 건축물이 있느냐에 따라 지역의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동네의 이름도 그렇다. 그 이름이 가진 느낌과 이야기에 따라 동네 이미지가 그려지기도 한다. 운중동은 청계산 국사봉 아래에 있어 계곡이 깊고 구름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운중동이다. 이런 운중동의 상징적인 건축물은 당연히 한국학중앙연구원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장서각 전시실에서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전’을 보고 나와서였을까. 조선시대 사람들이 지금의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한중연을 나와 미래의 운중동을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시간 착시는 장서각 전시실로 들어서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실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마주치는 조선왕조실록. 전시품에만 약한 빛이 내려 어두운 전시실에 서 있는 느낌은 먼 과거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공간에 대한 착각을 일으킨다.

 

장서각은 조선 왕조의 국가 전적과 민간에서 수집하거나 구입한 자료 25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장서각 설립 40주년을 맞아 장서각의 국가·시·도 지정문화재 45종 전체를 최초로 전면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당시 장인들의 숙련된 기량이 발휘된 왕실유물인 길이 25m의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를 비롯한 동의보감, 월인천강지곡 등 국보와 보물을 볼 수 있다.

 

숙종인현왕후 가례도감의궤와 정조의 심경이 드러나는 어필, 당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공신 화상들도 눈길을 끈다.

 

운중천을 사이에 두고 한중연 맞은편, 추수가 끝난 빈 논이 하늘을 한껏 안고 겨울을 나고 있었다. 조선시대, 먼 옛날부터 해마다 벼를 키워냈을 논, 올해도 어김없이 벼를 키워냈을 논이 동네와 잘 어울린다.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있는 길을 따라 국사봉 오르는 방향으로 운중저수지가 보인다. 농업용수를 제공하려고 만들어진 저수지가 지금은 물새들에게 소문난 곳으로 바뀌었다.

 

민물가마우지와 논병아리가 먹이를 찾아 자맥질에 바쁘고, 흰뺨검둥오리가 오리발을 젓는 모습에서 겨울에서 찾기 힘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운이 좋으면 원앙과 고라니도 볼 수 있다. 동물들에게 운중저수지는 재밌는 놀이공원으로, 소문난 맛집으로 통하는 듯하다.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전' 관람 후 공간에 대한 착각은 손두부, 칼국수, 해장국, 생선구이, 곰탕, 한정식… 등 맛집으로 어우러진 동네에서도 이어진다. 

 

머리에 기와를 얹고 있는 기와집 식당은 한중연에서 방금 튀어나와 현재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손두붓집 주인은, “장서각에 다녀오는 길이에요”라는 말에 “장서각에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묻는다. 마치 “조선시대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라고 묻는 것 같다.

 

동네는 한중연에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모습이 달라졌다. 먼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흐름이 마을에서 엿보였다. 과거 언제부터 흘렀을까. 그 물의 흐름 옆으로는 그때부터 함께했을 땅이, 흙이 보인다.

 

기와집, 낡은 집…. 마을을 벗어나는 걸음 수에 따라 주택은 화려해진다. 저 멀리로 최첨단 도시가 시야 가득히 들어온다.

 

▲ 1978년 6월, 본원 개원 당시 사용됐던 정신문화연구원 표지석. 2005년 1월,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비전성남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전

장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시실

일시 ~2022. 1. 21. 월~토요일 09:30-17:00

해설 회당 제한인원 6명으로 축소 운영

※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변경 가능

 

▲ 추수를 마치고 겨울을 나는 논과 밭 너머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보인다. ©비전성남

 

▲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운중저수지로이어지는 가로수길     ©비전성남

 

▲ 운중동 먹거리촌 입구     ©비전성남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훌쩍 튀어나온 듯한 기와집 음식점     ©비전성남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