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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냥 청소년이다, 모두가 모인 모두의 학교

대안교육지원네트워크 모두, 어부바 동네학교 프로그램 진행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08/04 [20:4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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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및 이주배경 청소년의 대안교육지원네트워크 모두(MODOO).

모두는 731일부터 812일까지 성남 주민신협 후원으로 어부바 동네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어부바 동네학교 프로그램  © 비전성남

 

작년의 경우 엄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주말 프로그램 및 캠프를 진행했고, 올해는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 자아정체감 향상 및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꾀한다.  

 

성남시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해 다문화와 비다문화 학생 20(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이 초대됐고, 모두 3부에 걸쳐 프로그램이 열린다.

 

1부에서는 놀이를 통해 또래들과 협력을 배우고 여행을 계획해보며, 2부에서 함께 계획한 여행을 실천하고 3부에서는 지역의 어른, 가정의 어른들과 함께 나들이하며 환대와 환송의 시간을 가진다.

 

▲ 1부 행사 - 돌아가면서 한 부분씩 친구 얼굴을 그려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했다. 잘 관찰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연다는 취지다.     ©비전성남

▲ 완성한 동네학교 친구들 모습  © 비전성남

 

2부 행사인 87일과 8일에는 천안으로 12일 여행을 떠나는데, 4일에는 여행을 기획하는 회의가 열렸다.

 

▲ 회의에 참여 중인 참가자들  © 비전성남

 

12일 여행은 좀 특별하다. 계획이 짜인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참가 청소년들이 직접 회의를 거쳐 필요한 물품도 마련하고 각자 역할을 정해 여행의 한 축을 맡는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 우리가 함께 할 것은 무엇일까요?”

규칙 지키기, 내가 맡은 역할 잘 해내기 등 의견이 나왔다.

 

예산은 얼마로 정할지, 과자나 라면은 어떤 것으로 할지 등 큰 주제부터 세부적인 것까지 토의를 거쳐 결정했다.

 

뿔뿔이 흩어져 장을 보면 예산 안에서 정확히 계산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니 팀 별로 대략적인 금액을 정해 움직여야 될 것 같아요.”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여행에서 필요한 도구를 구입하는 도구팀, 음료팀, 과자팀, 냉동식품 팀 등으로 나눠 역할을 정했다. 모든 참가자가 1개 이상의 역할을 맡아 여행에 참가한다.

 

▲ 토의 후 결과를 거수로 결정했다.   © 비전성남

 

단체활동으로는 실내게임, 실외게임, 개인별활동 등으로 나눴다.

 

실외게임인 담력훈련 겸 보물찾기에서는 귀신 역할자, 기획자, 보물찾기 선물 준비자 등으로 세세히 나눠 예산과 역할을 분배했고, 개인별활동으로 계획한 보드게임과 축구, 피구, 배드민턴 등도 각각 사전 준비자를 정했다.

 

나중에 여러분이 사회복지사나 경리·회계팀 업무를 맡게 될 수도 있잖아요? 중학교 때부터 이런 경험이 있다는 것이 나중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부바 동네학교를 기획한 오일화 함께여는청소년학교 센터장은 참가자들을 격려하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 무엇을 하며 놀 것인지, 기획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 비전성남

 

▲ 어디서 어떻게 놀지, 게임을 디자인해봤다.  © 비전성남

 

참가 청소년들도 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한 스스로를 뿌듯해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색했어요. 점점 재미있어져서 좋아요. 오늘 계획한 것 중 누가 설거지를 담당할지, 누가 게임을 진행할지 등 역할을 정한 게 인상적이에요. 저는 아침에 깨우는 기상 담당인데, 아이들이 아침에 일찍 깨우는 거 싫어하겠지만 잘하려고 해요.”

 

처음 만난 언니 오빠들이랑 대화하기도 어색했는데, 게임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오늘 회의하면서 처음엔 의견 조율이 힘들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서로 역할도 정하고 예산도 정해진 안에서 써야 하니 책임감도 커졌어요. 여행이 너무 기대돼요.”

 

▲ 여행에서 먹을 간식거리, 의견을 조율했다.  © 비전성남

 

행사를 준비하는 문종은 무지개글로벌지역아동센터장은 성남시 모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름 단기학교가 이뤄진다는 기획안 자체가 참 매력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다문화와 비다문화 자체가 어른들이 구분한 기준이고 아이들에겐 그저 다 같은 친구일 뿐이라는 것.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며 새로운 친구들과 여행한다는 자체를 너무 좋아해 기쁘고, 활발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이 참 예쁘다고 덧붙였다.

 

▲ 1부 행사에서 진행한 빙고게임. 모둠별로 빙고문제를 내고 친구들이 빙고판 문제를 해결한다.   © 비전성남

 

오일화 센터장은 아이들에겐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생각을 하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배려해주며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통해 교사도 아이들도 함께 성장하는 학교이고 싶었다고 한다.

 

이번 여름단기학교도 6개 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단체를 넘어 모두의 청소년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어른들의 네트워킹이 무척 소중하다고. 지역사회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품을 내어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1부 행사의 게임. 주어진 단어를 그림으로 설명한다. 우리에게 언어의 벽은 없다는 취지다.   © 비전성남

 

주민신협 이현배 이사장은 어부바라는 이름처럼 동네학교를 통해 지역사회의 모든 청소년들이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존중받고 건강해지기를 원한다며 지원취지를 밝혔다.

 

금광청소년문화의집, 무지개글로벌지역아동센터, 성남시외국인주민복지지원센터, 주민신협, 주민교회, 함께여는청소년학교지역아동센터가 함께 준비하는 어부바 동네학교가 다문화 및 이주배경 청소년의 교육과 성장에 돋보이는 결실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