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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공감 - 구두를 사랑하는 아저씨

  • 관리자 | 기사입력 2012/01/19 [14:4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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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동 국민은행 앞 구두수선집 하완석 씨

분당구 정자동 국민은행 앞 작은 구두수선 박스(허8호)는 하완석(57) 씨의 일터이자 하루 생활공간이다. 이곳저곳 살림집을 옮기기는 했지만 32년 전 사기막골에 자리잡으면서 성남 사람이 됐다. 

19년 전 분당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오토바이로 여기저기 구두를 모아 와서 수선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장이 나거나 버려진 우산을 모아 와서 고치고 다듬어서 눈이나 비오는 날 빌려주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14년은 된 것 같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하완석 씨는 정년이 없는 직장을 갖고 있다.
 
말 못할 어려운 세월과 씨름하며, 오늘의 보람을 찾기까지 힘들고 어려웠던 세월이 있었다. 얼마나 어려웠는지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9살 때인 것 같은데 칠성제화 바닥부에 취직했던 어린 시절 한 2년 일을 하고, 구두 닦고 고치는 일이 돈을 더 잘 버는 것 같아 이 일을 하게 됐던 것이 평생 직업이 될 줄 몰랐다.

IMF 때는 고쳐서 신겠다는 고객의 마음을 생각해 아무리 헤진 구두를 가지고 와도 고마운 마음으로 수선해 주었다. 지금도 종종 서울·신갈·광주로 이사 간 고객들이 수선할 물건을 가지고 찾아온다며 행복하게 웃는다. 

인터뷰 도중 출근하던 아가씨가 구두 굽을 수선하러 왔다. 닳아없어진 구두 굽은 새로운 재료로 수선하고 벗겨진 곳은 색을 칠하고 구두약을 발라서 말끔히 닦아주어 출근길을 기분 좋게 해준다. 급한 사람에게는 특별수선으로 고객을 기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정자동에 사는 박영의(59) 씨는 IMF 때 떨어진 구두를 수선해 주던 기억 때문에 언제든지 그 자리에 가면 구두를 고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필요할 때는 무조건 들린다고 한다. “사장님, 잘 고쳐주세요” 하는 말 한마디면 마음에 딱 들게 고쳐 주시고, 무엇보다 비 오던 날 우산을 빌려 주셔서 고마웠다고 했다.

결혼한 큰 아들한테서는 손녀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하완석 씨는 아직 공부 중인 작은 아들과 부인, 이렇게 세 식구가 산다고 한다.

“내가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는 버릴 것 같은 신발도 정성들여 꿰매고, 닦고, 못질하면 쓸 만한 제품이 된다며 주인에게 전해 줄 때의 기쁨을 생각하면 참 다행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구두수선 일에서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