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도 다레초가 계이름을 만드는 데 이용한 성 요한 찬가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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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든 시월을 맞아 음악계의 세종대왕이라 불릴 만한 인물을 소개하려고 한다.
11세기 이탈리아 수도사이자 음악이론가인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아레초 출신의 귀도‘라는 뜻)는 현대적기보법과 계명창법 발명으로 서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귀도가 발명한 계명창법은 계이름으로 음높이를 파악해 노래하는 방식으로, 당시 성가대 합창단을 가르치던 귀도가 단원들이 더 쉽고 빨리 성가를 익히고 암기할 수 있도록 고안한 방법이다.
계이름을 이용해 어떻게 쉽고 빨리 노래를 배우는지는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폰 트랩가의 가정교사가 된 견습 수녀 마리아가 노래를 배워 본 적이 없다는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노래 ’도레미송‘은 중세시대 귀도 다레초가 계이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현대판 영상이나 다름없다.
이해가 쉽게 한국어 버전의 ‘도레미송’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도는 하얀 도화지, 레는 둥근 레코드, 미는 파란 미나리...’의 노래가 보여주듯이, 계이름의 명칭은 친숙한 단어의 첫 음절에서 빌려온 것이다.
귀도 다레초는 라틴어로 된 찬송가의 첫 6구절(Utqueant laxis, Resonare fibris, Mira gestorum...)을 사용해 계이름을 만든다. 이 6구절의 첫 음절 ‘웃 레 미 파 솔 라 (Ut Re Mi Fa Sol La)’가 시간이 지나면서, ‘웃’은 발음하기좋은 ‘도’로 바뀌고, 16세기에 찬송가의 일곱 번째 구절 ‘Sancte Iohannes‘의 앞 글자가 7음 ‘시’가 되면서 현재의 계이름 ‘도 레 미 파 솔 라 시’가 완성된다.
당시 선배 수도사의 노래를 듣고 배우는 방식은 정확성이 떨어질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렸다. 노래를 완전히 익히는 데 10년이 걸리던 시간을 계명창을 사용하면 5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귀도는 설명한다.
훈민정음 서문에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이 끝나기 전에 깨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알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세계문자 사상 가장 진화된 문자로 평가되는 한글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해본 음악사 속 ‘귀도 다레초와 계이름’ 이야기였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음악칼럼 귀도 다레초’를 입력하면 계이름의 바탕이 된 찬가와 <사운드 오브 뮤직>‘도레미송’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