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민 독서 릴레이 ⑩ 김성대 비북스 대표]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바치는 헌사’

‘단순한 진심’을 넘어 ‘단단한 진심’으로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9/25 [10:33]

 
 
▲ 『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민음사 펴냄     ©비전성남

초등학교 입학 무렵 외모와 피부색이 다른 아이가 있었다. 얼굴과 온몸은 까맣고 머리는 파마를 한 것처럼 꼬불거렸다. 눈은 크고 깊었으며 눈꼬리는 날카로웠다. 푸른 눈동자와 오뚝한 코까지 아이는 그 ‘다름’으로 눈에 띄었다. 그 ‘다름’에 호기심이 일었고 친해지고 싶었다. 말을 걸려고 다가갔을 때 엄마가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튀기 하고 놀지마!”. ‘튀기’ 가 무슨 말인지,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 모른 채 나는 그 아이에게서 멀어졌고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
 
소설가 조해진의 작품에는 어둠과 빛이 교차한다. 입양아, 미혼모, 혼혈아, 기지촌 여성 등 아픔이 겹겹이 쌓여 있는 소외된 인물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불합리에 맞서서 그녀만의 방식으로 분투한다. 신작 『단순한 진심』은 주인공 ‘나나(문주)’를 통해 우리 주변에 버려진 아이들을 이야기한다. 탄생과 죽음을 아우르는 생명에 대한 서사이자 헌사다.

주인공은 프랑스로 입양돼 연극배우이자 극작가로 활동한다. 부모에게 버려져 철로에서 서성이던 그녀를 발견해 1년간 맡아 기른 기관사가 ‘문주’라는 이름을 붙여 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름은 집이니까요.’
서영의 두 번째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정체성은 이름에서 출발한다. 임신한 몸에도 불구하고 ‘문주’라는 이름을 준 기관사를 찾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정체성’이란 오랜 물음에 답을 찾으려는 절박함이다. 국가와 부모로부터 강제로 정체성을 소거당한 채 머나먼 이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온전히 알 수는 없다.
 
조해진 작가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작가 ‘제인 정 트렌카’의 자전적 에세이 『피의 언어』를 읽고서 첫 문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시종일관 고통스러웠지만 아픔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나눠 보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암흑에서 왔다.’
『단순한 진심』의 첫 문장이다.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만큼이나 강렬하다. 부모가 누구인지, 내 생명의 근원이 어디인지 모르니 암흑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골목길에, 화장실에 버려지는 신생아는 한 해에 200명에 이른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경은 사무처장은 한국의 국제 입양실태에 관한 보고서 『아이들 파는 나라』에서 한국이 ‘세계최대의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배경과 국제 입양실태를 고발한다.

한국 전쟁 이후 지금까지 약 20만 명의 아이들이 해외 입양됐는데 빈곤층 아동, 장애아, 싱글맘의 아이들, 혼혈아가 대부분이다. 한국 정부는 사회복지비용으로 쓸 세금을 아끼기 위해 해외 입양을 제도적으로 장려했다. 성차별과 편견으로 양산된 싱글맘은 홀로 육아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버려진 아이들의 삶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끊임없이 부유한다.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사라진 책처럼 공허하다.

이제는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으로 낙인찍어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먼지처럼 작고 쓸모없는 존재, 제거되고 소멸하기 직전의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우주처럼 무한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희미한 잉크 한 점이 짙은 코발트색으로 번져 나가듯, 조해진 소설가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에서 ‘단순한 진심’을 넘어 ‘단단한 진심’으로 번져나가는 10월이 됐으면 한다.

‘찰칵’ 소리와 함께 일상의 순간순간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책 사랑꾼 김윤환 님에게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바통을 넘긴다.

기고 김성대 비북스(BeBooks) 대표
 
■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①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②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 ③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 ④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 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 ⑥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풀들의 전략』
→ ⑦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 ⑧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 ⑨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 ⑩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 ⑪ 포토그래퍼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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