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 · ·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
성남시민농원에 오면 도심 한복판에서 누렇게 익은 벼가 무게를 못 이겨 고개를 숙인 모습도 보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논에서는 메뚜기도 볼 수 있다. 논 옆 물웅덩이에는 미꾸라지들이 헤엄친다. 그 옆으로 성남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가정원예 교육장이 있다.
오늘은 신구대 원예학과 민수정 교수가 강사로 나와 다육 모듬 심기 특강을 했다. 가입량, 여제, 레테지아, 취솔송, 팬댄스 등 다육식물을 화분에 심는 제작과정에서 정성스럽게 아기를 돌보는 듯 수강생들의 섬세함이 묻어난다.
올해 4월부터 7개월 동안 농업기술센터 가정원예반 수강생들은 분재국화, 입국, 다륜작 등 다양한 국화작품 실습을 하고 있다. 그 인고의 시간이 흘러 교육장 안에는 작은 국화 꽃망울들이 올망졸망 달려 있다. 이 작품들은 10월 30일, 31일 이틀간 성남시청 누리홀에서 열리는 국화전시회에 출품할 작품들이다. 4월부터 가정원예반을 지도한 함언식 강사는 국화재배농가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성남시농업기술센터 박규식 농촌지도사는 “교육을 통해 가정원예를 생활화함으로써 원예작물의 소비촉진과 정서적인 안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농업을 더 알리고 생산자·소비자·시민이 농업을 만끽하고 느끼고 소중함을 배우고 알아 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센터의 역할에 대해 전했다.
예로부터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상징하는 국화는 개화 형태에 따라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을 피우는 스탠더드국화,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을 피우는 스프레이국화로 나뉘어져 재배된다. 교육장 안에도 수강생들이 재배한 다양한 종류의 국화작품들이 손님을 맞는다.
국민은행을 다니다가 은퇴하고 현재는 사물놀이 선생님으로, 한국무용을 배우는 학생으로 인생 2막을 열심히 살고 있는 심덕섭(68·야탑동) 가정원예반 회장은 “처음에는 모두 언제 꽃을 보나 하고 막막해 하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본인 것이 제일 예쁘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국화송이 하나하나 얼마나 애착이 가는지 모른다. 다 키워서 나눠 줄 때는 자식을 시집, 장가보내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 살아오면서 여태까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돼 주변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고 했다.
2년째 가정원예반을 수강 중인 이현숙(50·여수동) 씨는 “올해는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국화 분재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국화의 모양을 잡으면서 작품성 있는 결과물을 얻게 돼 뿌듯하다. 국화를 키우면서 기다리는 과정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국화재배가 아이들 키우는 것과 닮아서 아이들도 기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감사함을 말했다.
작품전시회에서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국화를 보면서 기다림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취재 구현주 기자 sunlun1225@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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