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구 태평2동에 자리한 천년고찰 봉국사(주지 혜일)는 10월 13일 ‘봉국사 효사랑 문화제’를 열고 봉국사의 창건 배경과 문화재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기 체험과 인문학 강좌, 산사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성남시 후원과 문화재청의 전통산사문화 재활용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봉국사 효사랑 문화제’는 봉국사를 ‘그리다’, ‘거닐다’, ‘느끼다’ 등 3가지 주제로 펼쳐졌다. 봉국사를 그리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봉국사를 그리다’는 봉국사 문화재 컬러링북과 기와에 그림을 그려 보는 시간으로 마련했다.
봉국사의 문화재 대광명전,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아미타불회도 등을 기와에 직접 그리며 참가한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봉국사의 역사를 배우고 불교전통문화공간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그리기에 참가한 김민희(8) 어린이는 “기와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처음이고, 부처님을 그려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봉국사를 거닐다 오후 1시부터 진행한 ‘봉국사를 거닐다’는 강순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의 봉국사 문화재 강연을 듣고 봉국사를 거닐며 봉국사 창건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봉국사는 고려시대 현종 19년(1028)에 지어졌으며, 조선시대 현종이 요절한 두 공주 명선, 명혜 공주의 천도제를 봉행하고 넋을 달래기 위해 현종 15년(1674)에 중창된 조선시대 원찰이다.
대표적인 건축물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1호인 대광명전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집으로 몸집보다 지붕이 커서 외관이 웅장하다. 본래 이 지붕은 옆면의 공포 배열과 귀공포 형태로 보아 팔작지붕으로 추정된다고. 대광명전이란 이름은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법당이지만 여기에는 아미타불을 주존불로 모셨으며 좌우에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셨다.
대광명전의 주존불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09호)은 높이 112cm의 중·대형 불상으로 가부좌 자세의 하품중생인 손 모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10호인 아미타불회도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의 후불화로 걸려 있다. 이 불화는 화승 덕운긍윤 스님의 책임 아래 제작됐으며, 시주한 사람은 궁중의 상궁들이다. 가로 216.5cm, 세로 176cm 크기이며 가장자리를 흰색과 청색으로 마감했다. 송미나(46) 씨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봉국사였는데 강연을 듣고 천천히 거닐면서 돌아보니, 대광명전의 건축에서, 불상의 조각과 불화에서 천년고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월의 아름다움이 보이더라”면서 “드는 생각이 많을 때 자주 들릴 것 같다”고 말했다. 봉국사를 느끼다 봉국사의 문화재가 담고 있는 효행과 가족사랑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화합과 시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공연프로그램인 ‘봉국사를 느끼다’는 오후 4시부터 열렸다. 1부는 명선, 명혜 공주를 비롯해 모든 망자의 명복을 비는 위령천도제로 진행됐다.
천도제는 망자를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전통 불교의례다. 명선, 명혜 공주의 명복을 빌던 봉국사 위령천도제는 삼학사 수륙재(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 진관사 수륙재(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와 같이 공익성이 두드러지는 원찰의 전통 의식이다.
가족 위패를 봉국사 모셔놨다는 노명기(70) 씨는 “천도제를 다른 곳에서도 보긴 했지만 이렇게 크게 하는 건 처음 본다”며 “가족 위패를 이곳에 모셔서인지 봉행에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했다”며 합장했다. 2부 공연에 앞서 봉국사 혜일 주지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봉국사 효사랑 문화제를 위해 힘써 주시고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면서 “가족과 함께 효를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즈넉한 산사의 가을 밤, 봉국사 합창단의 허공, 찬불가를 시작으로 2부 공연이 막을 열었다.
야단법석 공연팀의 봉국사 창건설화 노래극과 팝페라그룹 퀸스틀러의 아름다운 하모니, 내내 잔잔하던 음악회는 가수 주병선, 소찬휘 씨가 무대에 서면서 한 순간 열광적인 분위기로 바뀌어 시민들과 하나되는 산사의 가을밤을 꾸몄다.
봉국사 관계자는 “전통산사로서 원찰의 문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어린 나이에 요절한 젊은 영가뿐만 아니라 모든 인연 영가의 명복을 비는 문화행사를 재현하고자 했다”면서 “앞으로도 봉국사 효사랑 문화제를 통해 효(孝)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며, 산사 문화재에 친근하게 시민들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재 정경숙 기자 chung09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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