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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입니까”

2019 성남의 얼굴전 '집', 성남큐브미술관서 12월 22일까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0/16 [13:4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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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얼굴전은 성남큐브미술관의 대표적 지역 주제 기획전으로 올해가 12번째 전시회다. 그동안 ‘모란시장, 탄천, 남한산성, 도시락(樂), 성남을 걷다’ 등 다양한  주제로 성남을 보여 줬다.
 
올해 주제는 <집>이다. 집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편안함, 즐거움, 불편함, 재산 등 단순히 거주하는 곳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에게 집은 어떤 곳인가. 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회, 성남의 얼굴전 <집>을 보러 가보자.

    
▲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전경     © 비전성남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2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밝은 색깔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손으로 만지면 쑥 꺼져 들어 갈 것 같은 구름과 마을은 솜으로 만들었다. 노동식 작가의 어린시절 기억에 남아있는 솜틀집. 솜틀집에서 보았던 솜으로 도시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꿈꾸었다. 작품 속 창을 통해 마을을 보면 솜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마을이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멀게 느껴진다.

    
▲ 노동식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비전성남
▲ 창을 통해 마을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 비전성남

 

‘어? 레고?’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보였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니 작품들이 더 마음에 닿았다. 유한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블록을 쌓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연필로 선을 그어 표현한 작품은 레고를 조립하고 해체하듯 집을 만들고 재개발, 재건축하는 도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 유한이 '기단'     © 비전성남

   

허니문은 낱말에서부터 달콤함이 묻어나지만 이효영 작가는 자신이 신혼시절을 보낸 장소에서 느낀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다. 사진으로 기록한 분당의 한 임대아파트는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아니라 낡고 누추하다. 사진에는 삶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한 공간 안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신혼시절이 어찌 깔끔하고 달콤하기만 한가.

 
▲ 이효영 '허니문'     © 비전성남
▲ 이효영 '허니문 32'     © 비전성남

 

성남시 인구의 3%를 차지하는 외국인. 이선민 작가는 태평동에 사는 해외 이주 여성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 3인을 통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 편견을 버리고 더불어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 이선민 Translocating Women(오른쪽), '성남 태평동'(왼쪽 위), 친따이 깜뚜 #2 (왼쪽 아래), 친따이 깜뚜 #1 위시리스트   © 비전성남

 

2년에 한 번은 이사를 했다는 최경아 작가. 작가는 잦은 이사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그 공간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화려한 색과 도형으로 표현했다. 작품의 제목이 독특하다. 제목은 GPS 좌표다. 좌표를 검색하면 작품 속 그 장소를 볼 수 있다.

 
▲ 최경아 ‘37°40′28.1″N, 127°03′10.7″E     © 비전성남

    

원근법이 생략된 이상엽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시점으로 도시를 본다. 하나의 작품 안에 위에서 본 비행기의 모습과 정면에서 본 자동차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작가는 집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를 작품에 표현하기도 했다.

 
▲ 이상엽 Visualized Landscape... as if alienated non existence 0301     © 비전성남
▲ EpisodeⅠ- Love & LIFE     © 비전성남

    

2019 성남의 얼굴전<집>의 포스터에 있는 작품, 장은의 작가의 작품이다. 소소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풍경을 표현했다. 동생이 놀던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가 메인 포스터 작품으로 쓰였다. 이사를 위해 짐을 빼고 갑자기 낯설어진 모습을 담은 작품은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됐지만 작품에 비친 햇살이 좀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 장은의 '남동생의 놀이터'     © 비전성남
▲ 장은의 '이사'     © 비전성남

    

전시실 제일 안쪽에 김덕용 작가의 작품이 있다. 오래된 나무판과 고가구에서 나온 나무 조각으로 만든 작품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마치 진짜 집에 들어선 것 같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묻어 있고 추억이 남아 있는 소재로 추억을 불러 온다.

 
▲ 김덕용 '결 - 제월당'     © 비전성남
▲ 김덕용의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     © 비전성남

 

이돈순 작가의 작품은 못으로 만들어졌다. 철점회화다. 못을 뒤에서 박아 뾰족한 부분이 돌출돼 보인다. 성남에서 오래 산 작가는 재건축, 재개발은 누군가의 유년 시절이 스며들어 있는 곳을 부수는 행위라는 뜻을 전한다. 그리고 이것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는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격변하는 모습을 소용돌이 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시실에서 ‘자그락 자그락’ 무슨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검은 커텐을 열고 들어가면 작가가 철거 현장을 찍은 영상이 돌아가고 있다.

 
▲ 이돈순 'Playback - 사라지는 금광1동'     © 비전성남
▲ 커텐을 열고 들어가면 이돈순 작가가 찍은 영상을 볼 수 있다.     © 비전성남

    

성남의 얼굴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성남에 살거나 살았던 작가들이다. 모두 9명의 작가가 표현한 집은 같은 모습이 없다.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 생각을 불러 와 집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또 각자가 느끼는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작가들이 표현한 집을 통해 관람객도 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전시가 될 것 같다.

 

 

전시명: 2019 성남의 얼굴전 <집>

기  간: 2019,9.20~2019.12.22  매주 월요일 휴관

시  간: 10:00~18:00(매주 수요일 20:00까지)

장  소: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성남아트센터 내)

입장료: 무료

도슨트: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문  의: 031-783-8142, 8149

 
▲     ©비전성남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