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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 산책] 장서각의 세계화, 세계 속의 장서각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0/23 [12:4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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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전시 ‘한글: 다양성의 목소리(Hangeul: Voices of Diversity)’의 영문판    © 비전성남


10월 9일 한글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검색 엔진인 구글(https://www.google.com)의 첫 페이지는 한글날을 기념하는 특별한 ‘구글 두들’(Google Doodle, 구글에서 각종 의미가 있는 날을 기념해서 자사의 로고에 붙이는 장식을 지칭함)이 게재됐다.

그리고 한글에 대한 추가 설명을 제공하는 링크는 구글의 온라인 전시회 ‘한글:다양성의 목소리’였다. 이 온라인 전시회영어 버전은 바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세계화 사업의 하나인 영문 번역사업의 일환으로 출판된, Hangeul: Voices of Diversity 저서의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자료다.

장서각의 세계화 사업은 2016년을 시작으로 벌써 4년째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 사업은 장서각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료의 가치, 연구자들의 역량등에 비해 국제적으로 장서각의 위상이 작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4년 동안 조선시대 군사 관련 자료를 정리한 『훈국등록』으로 대표되는 장서각 고유 자료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 매년 여름에 전 세계 젊은 한문 학자들을 대상으로 장서각에 한문 자료를 영어로 지도하는 ‘장서각 여름 한문 워크숍’, 장서각 관련 각종 연구 주제를 국제적인 차원에서 비교 연구하는 세 차례의 국제학술대회, 그리고 장서각의 자료를 화려한 시각 자료와 함께 보여 주는 도록 번역사업(위에 소개한 한글에 관한 자료 포함 총 6권)이 진행됐다.
 
특히 이 번역자료는 현재 영국 Oxford University를 포함해 총 30여 개 해외기관 도서관에 비치돼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창제, 역사, 의의를 가장 효과적으로 영어권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장서각에서 출판한 영문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이었다.

또한 매년 20여 명의 연구자들을 초청해 장서각자료를 중심으로 한문을 가르쳐 주는 장서각 여름 한문 워크숍 참가자들은 장서각의 자료를 중심으로진행된 외국 학위논문, 영어 연구논문,사료 역주 등의 성과물을 내고 있다.
 
벌써 4년에 걸쳐 80명 이상의 수강생을 배출한 만큼, 해외에서 장서각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더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하며, 여러 번 요청이 들어와 한문 워크숍 해외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필자가 해외에 있는 동안 장서각에 ‘세계화’ 담당 자리가 공고됐을 때만해도 장서각이 어떤 곳인지, 세계적으로 어떤 위상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이후에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 역시 알기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해 이맘때 미국 예일대(Yale University)에서 동아시아의 ‘하층민’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중국인 후배가 장서각의 자료를 알기 위해서 여름 한문 워크숍에 지원한다고 개인적으로 문의를 했다.
 
모처럼 온 후배의 연락도 반가웠지만, 따로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장서각 한문 워크숍을 알고 지원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세계화를 위해 힘쓴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어가는 것 같아서 혼자서 싱글벙글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뿌듯함이 장서각을 넘어 장서각 소재지인 성남시까지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조원희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