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 2층 공감갤러리에서 11월 5일부터 9일까지 김달·박승예 작가의 <스무 발자국>원화展이 열린다.
성남시 생성의 계기가 된 ‘광주대단지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바로 알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해 ‘하나된 성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다. 전시는 그림, 사진, 영상 등 30여 점이 선보이며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성남의 현재 영화로운 모습 뒤에는 ‘대규모 도시빈민투쟁’이라는 아픈 과거의 기억이 있다. 김달·박승예 작가는 신흥공공예술창작소 1기 입주 작가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 『스무 발자국』 그림책을 펴냈다. 이 책은 광주대단지가 형성되기 전 경기도 광주시의 야산이 깎여 나가던 때부터, 역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광주대단지 사건’ 이후 성남시로의 승격까지를 이야기한다. 두 작가는 수만 명 빈민의 생존을 위해 싸웠던 역사적 사건이 불과 50년 이후 그 후대에조차 알려지지 않음을 아쉬워하며 책을 만들었다.
이번 『스무 발자국』 원화展은 성남의 역사를 담은 그림책 『스무 발자국』의 원화를 전시하는 것이다. 또한 문서자료조사의 흔적부터 발품을 팔아가며 성남을 담은 사진자료, 박승예 작가의 ‘스무 발자국 낭독’ 영상도 볼 수 있다.
<스무 발자국>원화展은 두 작가에게도 의미가 깊다. 대중을 상대로 직접 전시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박승예 작가는 성남에서 초·중·고를 다녀서 성남에 대한 많은 기억을 갖고 있다. 성남에서 자란 박 작가는 자신이 가진 내부자의 시선과 김달 작가 외부인의 시선이 합해져 자신이 알지 못했던 부분들도 “둘이서 함께함으로써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박승예 작가는 주로 괴물을 그린다. 나는 왜 괴물이 되는가, 타인은 왜 괴물이 되는가를 펜과 아크릴물감을 사용한 드로잉작업으로 이야기한다. 이 괴물은 개인으로서의 그것과 시스템 안에서의 그것으로 개인과 집단의 불안이 벌이는 잔혹과 폭력, 다름에 대한 부정, 오만,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묵인의 과정에서 발견된다.
김달 작가는 조형예술을 공부한 후 큐레이터로 근무했다. 『스무 발자국』에서 물질화된 세상을 살며 자발적 선택이 아님에도 쉽게 선택되고 내쳐지는 기록에 주의를 기울이며 이야기한다.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천막촌 질경이’ 연극 공연을 했던 이주희 성남연극협회장도 『스무 발자국』 원화展을 찾았다. 1971년 9살에 성남으로 이사 온 이 회장은 “작품들을 보니 어렸을 적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천막촌 질경이’도 광주대단지 사건부터 성남시 승격까지의 일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는데 오늘 전시회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열심히 작품들을 보던 엄수용(30·정자동) 씨는 논문을 쓰기 위해 전시회를 찾았다. “원도심-분당-판교로 이어지는 성남의 역사가 있다. 도시개발 정책이 바뀌는 중심에 광주대단지 사건이 있었으니까 도시기록관을 만들기 위한 주제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달 작가는 “위로가 필요했던 분에게 이 책의 존재가 위로가 된다면 영광”이라고 전시 소감을 전했다.
“골목이 왜 좁은지, 길은 왜 그리 가파른지, 그 안에 누가, 어떤 시간이 있었는지, 성남 원도심의 시작과 고통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야 하고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 알 수 있는 것은 시민의 권리다.” 박승예 작가는 전시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했다. 관람 : 2019.11.4~11.9 오전 9시~오후 6시 취재 구현주 기자 sunlin1225@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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