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예술놀이단이 ‘그림책문화공간 NORi’(분당구 발이봉남로39번길 1)에서 또 일을 벌였다.
이번에는 ‘2019 경기문화플랫폼 축제’를 위한 소통 프로젝트 ‘심통(心通)’이다.
소통하는 데 있어서 아날로그 방식은 옛 것이 된 요즘이다. 빠르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문자, 카톡, 이메일이 대세다. 하지만 디지털 소통이 아날로그 소통을 못 이기는 게 있다. 바로 ‘심통(心通)’이다. 꼭꼭 눌러쓴 손 편지는 글쓴이의 정성스런 마음(心)도 함께 전한다.
11월 17일(일) 오후 1시 반, 우당탕탕 소통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잠시 핸드폰과 컴퓨터를 내려놓고 펜을 들었다. 받는 이에게 줄 마음을 담아 쪽지와 편지를 쓴다.
우당탕탕예술놀이단 대표 덩더쿵(이지은 씨)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디지털의 효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지만 빨리 목적에 도달하게 하는 ‘효율’만큼 천천히 의미를 음미하며 진행하는 ‘과정’도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만든 프로젝트 활동이다.
손 편지와 함께 ‘내 편이 돼 줄 비밀 인형 만들기’ 활동도 있다. 아이들이 준비된 나무 조각을 다듬고 거기에 눈 코 입을 그린다. 미소 짓는 인형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불편했던 마음도 잠시 내려놓는다.
지하 1층에는 <‘心通’ 부리기>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임유진 생활문화디자이너가 쪽지와 관련된 그림책 코너, 가족과 친척에게 전하는 우편엽서와 크리스마스카드 코너, ‘쪽지로 속다속닥’ 코너 등을 안내한다. 우편엽서와 쪽지 속 내용은 짧지만 심통(心通) 부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하 1층 <‘心通’ 부리기> 전시장에서는 그림자 인형극 ‘꼭두각시’도 진행됐다. 동림자유학교 학부형들이 만든 그림자 인형극이다. 단순한 인형극이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재미를 주기에 충분한 듯 아이들의 웃음과 엉뚱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림책NORi와 인연이 깊은, 도서출판 ‘재미마주’ 대표 이호백 그림책 작가의 ‘재미있는 그림책 이야기’가 마지막 활동이다.
이호백 작가는 토끼가 주인공인 자신의 그림책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재미마주, 2000)와 『토끼탈출』(재미마주, 2006) 이야기를 들려줬다. “45세 어린이와 4세 어린이가 소통하나요?” “저는 심지어 토끼하고도 소통했어요.”
이 작가는 집에서 토끼를 키우다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토끼를 이해하게 됐다. 토끼를 이해하는 순간 토끼와 교감하게도 됐다. 이 작가가 토끼와 교감이 가능했던 건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지식(앎)’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 “이미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소통이 안 된다.”
소통이라는 것이 단지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해 마음이 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우당탕탕 소통 프로젝트의 제목 ‘심통(心通)’이 깊이 와 닿는다.
주어진 활동과 이야기가 다 끝나고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가 빠지자 비 오는 저녁의 싸늘한 기운이 대신 자리를 잡는다. 덩더쿵 이지은 대표에게 물으니 프로그램 신청자, 공연자와 그 가족까지 다해서 50~60명 정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지은 대표가 이끄는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그동안 ‘그림책문화공간 NORi’를 중심으로 수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해왔다. 올해는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에 선정돼 ‘나도 생활문화 기획가’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11월 17일, 소통 프로젝트 ‘심통(心通)’을 마지막으로 ‘나도 생활문화 기획가’ 다섯 개의 활동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일상 속 활동이 예술 작품이 되고, 지역 내 공간이 무대가 되며, 그 무대 속 주민들이 생활문화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을 실현시킨 이지은 대표. “예술에 대해 만만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작가와 독자, 서점주인과 손님,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무너져야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의 경계 무너뜨리기를 응원하며, 이지은 대표가 뿌린 씨앗들이 곳곳에 자리 잡아 생활문화를 꽃피우길 기대해 본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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