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천하태평 건강마을' 사업이 진행되는 태평4동 ‘마을공감’에서 어르신들을 만났다.
조용하게 그림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잘 그렸다고 칭찬도 하고, 큰소리로 웃기도 하면서 마을 사랑방에 모인 듯 ‘그림으로 마음 풀기’ 드로잉수업을 하는 어르신들은 마냥 즐거운 시간이다.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 태평4동 행정복지센터의 사업으로 고려대학교 연구진들이 이 사업에 참여했다. 질병관리본부 사업으로 수정구 보건소와 함께하게 됐다는 김준표 교수, 김호정 연구원은 자살 예방과 주민참여사업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지역 커뮤니티활성화사업으로 그림 그리기를 추천받았을 때는 어르신들이 그림을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성공적이라고 했다.
주민자치센터, 청소년수련관 등 지역사회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윤정(작가 삼평동) 선생님, 처음에는 걱정이 됐지만 어르신들 사진을 우선 밑그림 작업을 해드리고 보니, 그림을 그리면서 각자의 마음을 나타내고 즐거워하고 계신다. 작가의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을 해 오는 어르신들이 놀랍기도 하다는 선생님.
태평4동 이순자(78) 어르신은 “연필 한 번 잡아보지 않다가 그림을 배우게 되니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이 없어. 잡념이 생기질 않아. 내가 출석을 일찍 해. 치매는 안 걸릴 것 같아(모두 웃음). 60대 사진을 놓고 그리니 내 젊음을 다시 찾은 것 같아.” 아직 부녀회원으로 새마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순자 어르신은 다음 주에도 일찍 올 거라면서 넘어져서 다친 왼손에 붕대를 감고도 열심히 본인의 모습을 그렸다.
김은님(81) 어르신은 “함박웃음을 웃는 사람이라는 별호가 붙을 만큼 잘 웃었는데 남편이 돌아가시고 세상 살맛을 잃었다. 친구가 있고 시동생이 있는 성남으로 일산에서 이사를 왔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꾸 웃음이 나서 지난주 처음으로 크게 웃어봤다. 오늘은 40대의 남편 사진을 놓고 그리니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젠 내가 웃고 살아야지?”라고 하신다.
원영자(80) 어르신은 “나는 소리를 질러가며 이야기를 해서 처음 듣는 사람들은 화난 줄 알아. 여기(마을공감)에 있는 호박도 그리고, 내 얼굴도 그리고 이제 예수님도 그릴 거야”라며 살맛 나게 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윤임숙(78) 어르신은 찬송가를 허밍으로 작게 연습하면서 드로잉수업에 열중이다. 신앙생활 하면서 즐겁게 산다는 윤임숙 어르신은 젊어서도 일하기 좋아했다면서 큰 달력 뒷장에 한가득 그림 스케치를 해왔다. 자신의 모습을 그려 온 어르신이 감사해 김준표 교수는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처음 기획에서 더 연장해 어르신들의 아쉬워하는 마음을 달래줄 '손으로 만드는 이야기 - 그림으로 마음 풀기’ 드로잉수업은 12월까지 어르신들과 함께한다. 김효정 연구원은 12월 중순이면 어르신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손수건으로 제작해 드릴 것이라고 한다. 12월 4일은 태평4동 어르신과 함께하는 마을 잔치가 태평4동 복지회관에서 열린다.
'천하태평 건강마을 사업'은 어르신들의 웃음을 찾아주고, 재능을 끌어내 주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이 행복한 태평4동이 웃는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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