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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이야기] 멀리 내다보며 느긋하게… 주목(朱木)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2/23 [15:4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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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앙상한 가지로 차가운 바람을 견디고 서 있는 나무들이 참 안쓰러운데 낙엽이 지지 않는 늘푸른잎 나무들은 잎들이 그나마 나무에 생기를 줘서 좀 나아 보인다. 바늘잎나무로 상록수 중 하나인 주목도 그렇다.

주목은 나무껍질이 붉은빛을 띠고 줄기 속까지 유달리 붉어 주목(朱木)이란 이름이 붙은 나무다. 결이 곱고 붉은 색깔이 아름답고 잘 썩지 않아 목재로도 인기가 좋았다. 창덕궁, 경복궁 등 궁궐에 빠지지 않고 심어진 것으로 봐 선조들이 좋아한 나무였다.

주목의 붉은 색이 잡귀를 쫓고 영원한 내세를 상징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충남 공주 무령왕릉 속 왕비의 목받침으로 쓰인 나무도 주목이었다. 주목의 붉은 줄기에서 추출한 액은 궁녀들의 옷감 치장은 물론 임금의 곤룡포를 염색할 때 물감으로도 쓰였다. 또 주목을 한뼘 정도로 얇게 다듬어 관리들이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드는 홀(笏)로 만들었다.

주목은 빽빽하게 난 잎을 다듬으면 모양을 내기가 쉬워 정원수로 많이 쓰인다. 아파트나 건물 입구 또는 공원에서 잘 다듬어진 주목을 쉽게 볼 수 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는 다양한 모양으로 다듬어 놓은 나무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품종과는 조금 다르지만 주목이라고 한다.

주목은 빨리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많은 햇빛을 욕심내며 더 높이 더 빨리 자라겠다고 아웅다웅 경쟁하는 나무가 아니라 느긋하게 아주 천천히 숲속 그늘에서 큰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주목은 자연적으로 주위의 다른 나무보다 크게 자라고 햇빛을 받는 데 불편이 없다.

주목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이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이다. 천 년 동안 살고, 죽은 후에도 천 년은 썩지 않는다는 주목은 가장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주목의 장수비결은 천천히 쉬지 않고 자라는 여유와 끈기 덕분인 것 같다. 적은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해 유난히 진한 초록색을 띤 잎을 가져 주어진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끈기 있게 자라며 장수하는 것이다.

주목이 살아가는 것처럼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고 느긋하게 끈기를 가지고 실천하는 2020년 새해가 되길 빌어 본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