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클래식 음악]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못다한 이야기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1/12 [15:02]

비전성남 음악칼럼으로 올해 새롭게 시작한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의 첫 주인공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하 <2001>)였다.

    
▲ 행성 너머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     © 비전성남

    

영화 속 가장 압도적인 음악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소개했지만, 이 영화를 충분히 즐기려면 영화 전반에 쓰인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 비전성남

    

<2001>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외에 리게티, 하차투리안 그리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이 등장한다. 애초에 이 곡들은 영화음악이 만들어지기 전에 그 방향을 정할 가이드 곡으로 사용된 작품들이었다.

    
▲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1928-1999). 1949년, 21세의 모습     © 비전성남

    

스탠리 큐브릭 감독으로부터 <2001>의 음악을 의뢰받은 할리우드 영화음악 작곡가 알렉스 노스는 영화 제작 중 사용된 이 가이드 곡들이 자신의 작품 대신 영화에 쓰였다는 사실을 1968년 영화가 개봉돼서야 알았다고 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리게티, 하차투리안,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이 네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은 각각 영상의 특정 장면들에 마치 이름표처럼 사용된다.

    
▲ ‘일출’ 모습     © 비전성남

    

행성 너머 떠오르는 태양 장면, 동물 뼈가 도구로 인식되는 순간 인류의 비약적 발전을 상징하는 장면, 그리고 영화 말미 태아를 품은 행성(?)이 나타나는 장면. ‘일출’-‘도약’-‘탄생’의 순환적 의미를 지닌 이 세 장면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사용된다.

    

환희와 감동이 넘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와 달리 리게티 작품들은 모두 신비로우면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 우주 공간     © 비전성남

    

우주 암흑 공간을 나타내는 ‘관현악곡’ <애트모스피어 Atmosphères>, 외계 생명체의 흔적인  모노리스(영화 속 매끄럽고 검은 돌기둥)를 상징하는 ‘관현악 반주 합창곡’ <레퀴엠 Requiem>, 모노리스에 접근하는 인류를 암시하는 ‘무반주 합창곡’ <영원의 빛 Lux Aeterna>, 그리고 영화 말미 방 안에 놓인 우주선의 부조리극 같은 장면에 단 한 번 사용되는 ‘성악과 관현악 앙상블’ <모험 Aventures>.

    
▲ 모노리스     © 비전성남
▲ 모노리스 형태의 스톤헨지     © 비전성남

    

리게티의 곡들은 인간 목소리와 관현악의 존재 & 부재의 조합에 따라 영화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 우주정거장     © 비전성남

    

‘빛’(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과 ‘어둠’(리게티의 작품들)을 나타내는 두 극단의 음악들 사이에 경쾌하게 등장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우주 속에서 우아하게 유영하는 물체들을 표현한다. 춤을 추듯 회전하는 우주 정거장,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 무중력 우주비행기 안을 떠다니는 펜.

    
▲ 아르메니아 출신의 러시아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1903-1978)     © 비전성남

    

이와 달리 하차투리안의 발레 모음곡 <가야네 Gayaneh> 중 ‘아다지오 Adagio’는 광활한 우주 속 인간의 고독을 표현한다. 심해 생물처럼 검은 우주를 유영하며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 비행선과 그 안의 우주인들의 외로움과 단조로움이 하차투리안의 ‘아다지오’를 통해 잘 전달된다.

    
▲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비전성남
▲ 우주 공간 속 우주인     © 비전성남

    

영화 <2001>에는 위에 소개된 클래식 작품들 외에 두 개의 음악이 더 있다.

    
▲ 목성과 네 개의 위성     © 비전성남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영상 속, 우주인 프랭크의 부모님이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와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의 인공지능 ‘할 9000’이 부르는 노래 ‘데이지 벨 Daisy Bell’이다.

    
▲ 영화에서 등장한 인공지능 할 9000의 모형     © 비전성남
▲ IBM 7090. 영화 속 인공지능 할의 모델인 IBM 7094의 전신이다.     © 비전성남

    

인공지능 할 9000이 부르는 노래는, 1961년 입력된 텍스트를 소리로 전환해 출력한 최초의 컴퓨터 IBM 7094가 부른 ‘데이지 벨’에 대한 오마쥬라고 한다.

    

어둠을 뚫고 빛을 만들어 온 인류의 대서사시와 결합한 클래식 음악의 소개는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위에 소개된 음악들과 함께 영화가 상영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작품이 버려진 줄 몰랐던 알렉스 노스의 음악도 들어보길 권한다. 내가 스탠리 큐브릭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영화속클래식 스페이스’를 입력하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음악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