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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문고, 예술문화 공간으로 주민 가까이

서점 갤러리서 전시, 다채로운 행사 진행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6/16 [12:5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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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봐야 돼. 신문에 정말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니가 인기 작가가 아니라도 출판사 사장 앞에서는 당당해야 돼.”

“아빠가 그 정도 해 주지.”

 

작가가 되겠다는 딸에게 아빠가 이 책 저 책을 보여주며 알려주는 중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딸을 데리고 왔나 보다. 중학생 같아 보이는 딸은 아빠의 마음을 아는 건지, 아빠와의 대화가 좋은 건지 조곤조곤 대꾸하는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아름마을 종합서점 '이매문고'     © 비전성남
▲ 분당구 이매동 아름마을 종합서점 '이매문고'     © 비전성남

 

흐뭇한 풍경을 마주한 곳은 분당구 이매동 아름마을 ‘이매문고’. 아름마을은 한때 버스정류장 안내방송에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유명한 학원과 작은 학원들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동네 서점도 몇 곳 있었다는데 하나둘 사라지더니 지금은 이매문고만 남았다.

 
▲ 이매문고     © 비전성남
▲ 이매문고     © 비전성남

 

이매문고는 일반도서, 참고서와 문제집, 문구류를 갖춘 종합서점으로 10년 전 문을 열고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취재차 방문했을 때 어린 학생들은 학용품 삼매경이고 교복 차림에 무거운 가방을 멘 학생들은 끼리끼리 참고서를 고른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은 느긋이 책을 구경하고, 계산대에선 한 어르신이 책을 사면서 서점 회원인 며느리 이름을 알려준다.

 
▲ 이매문고     © 비전성남

 

전경자 대표는 “건물이 완공되자마자 들어왔다. 건물과 매장을 처음 봤을 때 참 예뻤다”고 한다. 초창기엔 근처 서점들이 견제도 하고 인터넷서점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더 힘들어졌다. 그래도 10년을 지내다 보니 손자손녀를 여기서 다 키웠다는 말도 듣고, 같이 웃고 장난치던 학생들이 어엿한 청년이 돼서 다시 오는 걸 보면 기쁘고 보람도 느낀다.

 

동네 서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바쁜데, 언제 차 타고 가서 문화나 예술을 느끼겠나. 그나마 동네에 서점이라도 있으면 오가는 길에 들러서 책으로라도 접하면서 잠시 여유도 갖고 쉬기도 하는데, 그런 동네 서점이 이제는 많지 않다”며 안타까워한다.

 
▲ 당신에게 전하는 '책 처방전'     © 비전성남
▲ 책의 즐거움과 의미를 발견하는 '첫 시작책'     © 비전성남

 

어렵지만 직원도 두고 책도 제대로 갖춰서 손님들을 맞으려고 한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 모습도 많이 변했다. 아이가 책을 골라 사달라고 하면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주문하자며 나가고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폰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한숨이 나오지만 어쩔 수 없다.

 
▲ 김서령 작가와 함께하는 '이매문고 수요일 책 한 권'     © 비전성남

 

인터넷서점은 중고책 매장까지 열고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점업계에 발을 들인다. 유튜브, 팟캐스트 등 사람들은 점점 책과 멀어지고 있다. 서점의 위기. 문을 닫자는 권유도 있다.

 

그러나 전경자 대표는 동네 서점은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는 곳이 아니고 동네 사랑방이자 다양한 지식과 문화를 접하는 곳이기에 사라지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도 있지 않은가.

 

기자는 6년 전 아름마을 한 학원에서 일을 하며 이매문고에 종종 들렀다. 6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책을 찾아주던 직원이 지금도 일을 하고 있어 놀랐다.

 
▲ 이매문고 카페 & 갤러리 '매화나무 두 그루'     © 비전성남
▲ 이매문고 카페 & 갤러리 '매화나무 두 그루'     © 비전성남

 

전 대표는 책 말고도 다른 재미가 있다면 사람들이 서점으로 오는 발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고민 끝에 서점에 문구매장을 줄여서 50여 평의 카페를 겸한 갤러리 ‘매화나무 두 그루’를 열었다.

 
▲ 6월 1~14일 열린 이영주 작가 초대전 '직관적 붓질'     © 비전성남

 

갤러리 운영은 처음이라 주변에서도 만류하고 걱정도 많지만 마음먹은 대로 지난해 연말에 공사를 시작해 올해 1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걱정과 달리 작가들의 신청이 이어져 8월까지 전시 일정이 찼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연기되고 더러는 취소되기도 했다. 아마추어 이상의 화가이기도 한 전경자 대표는 지인들을 모셔와 전시를 열고 있다.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이것저것 궁금해하기도 하지만 서점 손님들은 대부분 좋아한다. 서점에 그림이 있다는 자체가 좋다는 주민도 있다. 화가들은 그동안 어렵고 까다롭기만 했던 전시를 마음 편히 열 수 있어 좋다.

 
▲ 매화나무 두 그루 기획초대전 '꽃을 보다'     © 비전성남
▲ 매화나무 두 그루 기획초대전 '꽃을 보다'     © 비전성남

 

6월 15일부터 28일까지 시민예술가 최우령 작가 기획초대전 <꽃을 보다>가 열린다. 최 작가는 식물, 특히 꽃을 즐겨 그린다. 꽃에서 느낀 기쁨을 다시 꽃에 담는다. 그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 볼 때마다 기쁨이 되살아난다. 그동안의 작품들을 집에만 두려니 아까웠다. 고민만 했는데 이매문고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다.

 

전시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들에겐 큰 힘이 된다. 최우령 작가는 6월 20일(토) 관람객들에게 현장에서 직접 캘리그래픽 엽서를 써주는 이벤트를 연다.

 

7월 4일(토) 오후 6시에는 미술 작품 경매가 열릴 예정이다. 와인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파티처럼 진행될 예정이다.

 
▲ 2020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에세이클래스'     © 비전성남

 

이매문고는 ‘2020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과 ‘심야책방’도 연다.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티타 티타》 《연애의 결말》을 쓴 김서령 작가가 ‘에세이클래스1기’와 ‘그림책클래스1기’를 6월 13일과 20일부터 격주로 6주간 진행한다.

 

두 프로그램은 기획, 쓰기, 편집, 자가출판까지 직접 나만의 책을 만드는 클래스다. 완성 작품은 갤러리에 전시한다. 2기는 9월에 시작하고, 사전에 이매문고로 신청하면 된다.

 
▲ 2020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에세이클래스'     © 비전성남

 

김서령 작가는 6월 13일 에세이클래스 첫 회를 마치고 “독자들이 작가로 건너가고 있다. 적극적이다. 동네 서점도 책을 파는 서점에서 작가를 만나고 공연과 전시를 여는 등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많이 관심 가져주길 바랐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하며, 수내동 코끼리서적(6.18.~), 구미동 미금문고(6.20.~)도 11월까지 작가 강연 등이 예정돼 있다.

 
▲ 심야책방     © 비전성남

 

‘심야책방’은 서점들이 정규 개점시간을 연장해 각 서점마다 자기 색깔에 맞는 이벤트를 기획해 독자들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이다. 6월 19·26일, 7월 10·31일에 열린다. 이매문고는 <6월 19일 - 마니또> <6월 26일 - 파자마파티> <7월 10일 - 책표지만들기> <7월 31일 - 독서파티>를 밤 8~11시에 연다.

 

첫 회 ‘마니또’는 심야책방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중에 마니또를 정하고, 그에게 어울리는 글을 필사해서 선물하면, 마니또가 낭독하고 왜 그 글을 골랐을지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파자마파티’는 집처럼 마음대로 편하게 책 읽기, ‘책표지만들기’는 가장 좋아하는 책의 표지를 나만의 표지로 다시 만들기, ‘독서파티’는 시원한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편하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말 그대로 파티다. 현재 신청가능하다. 심야책방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주최한다. 

 
▲ 이매문고 전경자 대표     © 비전성남

 

전경자 대표는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 시작한 갤러리 전시와 두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갤러리 전시가 자리를 잡고 문화행사를 지속해서 시민들에게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하는 이매문고로 남고 싶다”고 한다.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라며, 전경자 대표의 희망이 이뤄져 아름마을을 넘어 성남시가 책과 문화, 예술로 풍요로워지길 기대한다.

 

이매문고 :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440 도도빌딩 지하1층

031-708-6555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