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종합서점 미금문고는 6월 20일(토) 오후 2시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 ‘우리에게 아직 시가 필요할까’를 개최했다.
미금문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2020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돼 11월까지 매달 2회 작가 초청 강연을 연다.
신용목 시인은 2000년에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아무 날의 도시』 『나의 끝 거창』 등 5권의 시집과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등 산문집 2권을 펴냈다.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용목 시인은 막내였지만 늘 아버지 눈 밖에 났던 아들이었다. 시를 쓰겠다니 더 못마땅했으리라. 공부를 않던 아들이 대학원에 가서 학위를 받고 결혼도 하자 이제 사람 구실을 하나 싶었던 아버지는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시인에게 물었다. “용목아, 눈은 어떻게 내리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립니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첫 구절을 말했다. 잠깐 멈칫했던 아버지는 숟가락을 내동댕이치며 어머니에게 자식 하나 없는 셈 치라고 소리쳤다. 첫 시집을 낸 시인은 아버지에게 아들이 시집을 냈는데 한 권 사보셔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내가 한 권 사면 니한테 얼마 돌아가노?” “700원 남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아들에게 줬다. 아버지에게 시는 쓸모없고 아들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시인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그러나 시는 여전히 쓰이고 여전히 읽히고 있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도 많다.
감옥에 갇힌 춘향이는 꽃이 떨어지고 거울이 깨지고 산이 무너지는 꿈을 꾼다. 불길했던 월매는 점쟁이를 불렀다. 점쟁이는 왜 그렇게만 생각하냐며 “꽃이 떨어졌으니 열매가 열릴 것이요, 거울이 깨지니 소리가 있을 것이요, 산이 무너졌으니 길이 날 것”이라고 했다. 점쟁이는 꽃이 떨어진 순간에 머물지 않고 열매가 열리는 그 다음 세상에 가 있었다. 지금 여기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을 꺼내 놓는 순간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다른 세계가 필요하고 중요한가? 살아가면서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슬프지 않고 하루하루 기쁘다면 필요하지 않다. 과연 그러한가?
‘사랑한다’ 한 마디에 사랑하는 그 절절한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는 지금 쓰고 있는 언어와 문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분명 있다. 시나 소설 문학의 자리는 바로 그곳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세계와 모르는 세계가 부딪혔을 때 일어나는 자신만의 세계를 말해야 한다. 깨달음이 아닌 느낌의 세계다. 시인은 자기 세계, 분명 존재하지만 알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써야 한다. 그보다 새로운 것은 없다. 시나 예술로 그런 세계에 도전하고 표현했을 때 살아가는 기계가 아니고 인간임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신용목 시인은 이야기를 끝내고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시 창작, 시와 시인의 자리 등 질문도 60분가량 이어졌다. 책을 고르던 손님 몇몇은 호기심으로 쳐다보다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강연을 들었다.
지역 커뮤니티카페에서 우연히 소식을 듣고 참여한 윤여진(이매동 거주) 씨는 요즘 시를 즐겨 쓰고 있다. “내가 쓰는 것 자체로 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거움을 덜어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를 쓸 것 같다. 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 이런 시간을 갖게 돼 좋다고도 했다.
27일(토) 오후 2시에는 노희준 소설가의 <우리에게 아직 소설이 필요할까>가 열린다. 참여 신청과 강연 일정 문의는 미금문고(031-719-7466)로 하면 된다.
미금문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마로 67 금산젬월드 지하1층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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