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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시인 ‘우리에게 아직 시가 필요할까’

미금문고, 11월까지 매달 2회 작가초청 강연 개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6/21 [11:0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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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금문고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 '우리에게 아직 시가 필요할까'     © 비전성남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종합서점 미금문고는 6월 20일(토) 오후 2시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 ‘우리에게 아직 시가 필요할까’를 개최했다.

 
▲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을 여는 미금문고     © 비전성남
▲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을 여는 미금문고    © 비전성남

 

미금문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2020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돼 11월까지 매달 2회 작가 초청 강연을 연다.

 
▲ 신용목 시인이 펴낸 시집과 산문집     © 비전성남
▲ 사인을 하는 신용목 시인     © 비전성남

 

신용목 시인은 2000년에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아무 날의 도시』 『나의 끝 거창』 등 5권의 시집과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등 산문집 2권을 펴냈다.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신용목 시인     © 비전성남

 

신용목 시인은 막내였지만 늘 아버지 눈 밖에 났던 아들이었다. 시를 쓰겠다니 더 못마땅했으리라. 공부를 않던 아들이 대학원에 가서 학위를 받고 결혼도 하자 이제 사람 구실을 하나 싶었던 아버지는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시인에게 물었다.

 

“용목아, 눈은 어떻게 내리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립니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첫 구절을 말했다. 잠깐 멈칫했던 아버지는 숟가락을 내동댕이치며 어머니에게 자식 하나 없는 셈 치라고 소리쳤다. 첫 시집을 낸 시인은 아버지에게 아들이 시집을 냈는데 한 권 사보셔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내가 한 권 사면 니한테 얼마 돌아가노?”

“700원 남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아들에게 줬다. 아버지에게 시는 쓸모없고 아들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시인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그러나 시는 여전히 쓰이고 여전히 읽히고 있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도 많다.

 
▲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 '우리에게 아직 시가 필요할까'     © 비전성남

 

감옥에 갇힌 춘향이는 꽃이 떨어지고 거울이 깨지고 산이 무너지는 꿈을 꾼다. 불길했던 월매는 점쟁이를 불렀다. 점쟁이는 왜 그렇게만 생각하냐며 “꽃이 떨어졌으니 열매가 열릴 것이요, 거울이 깨지니 소리가 있을 것이요, 산이 무너졌으니 길이 날 것”이라고 했다.

 

점쟁이는 꽃이 떨어진 순간에 머물지 않고 열매가 열리는 그 다음 세상에 가 있었다. 지금 여기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을 꺼내 놓는 순간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다른 세계가 필요하고 중요한가? 살아가면서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슬프지 않고 하루하루 기쁘다면 필요하지 않다. 과연 그러한가?

 
▲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 '우리에게 아직 시가 필요할까'     © 비전성남

 

‘사랑한다’ 한 마디에 사랑하는 그 절절한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는 지금 쓰고 있는 언어와 문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분명 있다. 시나 소설 문학의 자리는 바로 그곳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세계와 모르는 세계가 부딪혔을 때 일어나는 자신만의 세계를 말해야 한다. 깨달음이 아닌 느낌의 세계다. 시인은 자기 세계, 분명 존재하지만 알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써야 한다. 그보다 새로운 것은 없다. 시나 예술로 그런 세계에 도전하고 표현했을 때 살아가는 기계가 아니고 인간임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 강연 중인 신용목 시인     © 비전성남

 

신용목 시인은 이야기를 끝내고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시 창작, 시와 시인의 자리 등 질문도 60분가량 이어졌다. 책을 고르던 손님 몇몇은 호기심으로 쳐다보다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강연을 들었다.

 
▲ 신용목 시인 초청 강연 '우리에게 아직 시가 필요할까'     © 비전성남

 

지역 커뮤니티카페에서 우연히 소식을 듣고 참여한 윤여진(이매동 거주) 씨는 요즘 시를 즐겨 쓰고 있다. “내가 쓰는 것 자체로 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거움을 덜어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를 쓸 것 같다. 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 이런 시간을 갖게 돼 좋다고도 했다.

 
▲ 강연 중인 신용목 시인     © 비전성남

 

27일(토) 오후 2시에는 노희준 소설가의 <우리에게 아직 소설이 필요할까>가 열린다. 참여 신청과 강연 일정 문의는 미금문고(031-719-7466)로 하면 된다.

 
▲ 노희준 소설가 초청 강연 '우리에게 아직 소설이 필요할까'     © 비전성남

 

미금문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마로 67 금산젬월드 지하1층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